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열린 경쟁부문 진출작 ‘호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홍진 감독과 배우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안녕하세요 마이클, 안녕하세요 알리시아. 그리고 나머지 당신들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왜 마이클과 알리시아 두 배우를-아마도 한 사람 비용으로-캐스팅하고 싶어 했는지 감독이 대답해줄 수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I don't know the rest of you but I'm wondering if the director could say why he wanted to cast Michael and Alicia, the two actors for the price of one maybe...)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는 24일(한국 시각) 폐막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호프'(감독 나홍진)의 지난 18일 기자회견 때, 한 백인 기자가 뱉었던 말은 이번 영화제 기간 내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의 공식 기자회견에 와서 대놓고 주연 배우들을 "누군지 모른다"고 하는 당당한 태도는 각국에서 온 좌중을 당황하게 했다. 해당 기자는 나홍진 감독의 이름을 부르기보다는, '감독'(the director)이라 지칭했고, 부부 배우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적은 개런티를 받고 캐스팅됐다는 추측을 질문 가운데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 기자회견에는 서구권 배우로 패스벤더와 비칸데르만 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 출신 혼혈 배우인 테일러 러셀을 비롯해 주연 배우인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함께 했으나 모두가 '나머지' 취급을 당했다.
질문에 드러나는 백인 기자의 이 같은 태도를 딱 잡아 '인종차별'이라고 칭하기는 어렵다. 그가 유색 인종 감독이나 배우에게 혐오감을 표하거나 노골적으로 인종적 우월감을 나타내는 언어를 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발언을 단순한 실수로 보고 넘기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서구권 백인 스타는 '이름'으로 서구권에 비교적 덜 알려진 유색 인종 감독과 배우들을 '나머지'로 부르는 태도에서 세계 영화계 안에 존재하는 모종의 역학 관계를 읽을 수밖에 없어서다.
세계 영화 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원주민 등 다양한 출신의 영화인들로 채워져 왔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고 호명하는 언어는 서구 스타 시스템의 좌표 위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번처럼 백인·서구권 스타를 중심에 놓고 비서구권 감독과 배우를 주변화하는 시선은 세계 영화 무대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서구 중심 영화 저널리즘의 위계와 모순을 반영한다.
이 같은 발언을 한 기자는 호주 출신 프리랜서 평론가로 알려졌다. 호주 및 미국 매체에 다양한 글을 기고해 온 그는 한국이나 중국 영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글을 써왔다. 물론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역시 기사로 다뤘다. 하지만 공식 기자회견에서의 조심성 없는 발언이 일으킨 논란은 국제 무대에서 존재하는 '시선의 위계'를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eujenej@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