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연휘선 기자] '21세기 대군부인'을 향한 비판 여론이 종영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뜨겁다. '역사왜곡 드라마'라며 작품을 폐기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까지 충족한 상황. 여전한 비판 여론 속에 작품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살펴봤다.
# '21세기 대군부인' 역사왜곡VS고증오류
오늘(26일) 오전,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의 국민동의 게시판에 올라온 '역사 왜곡, 동북공정 논란 드라마 방영 중단 및 미디어 플랫폼 내 콘텐츠 폐기 조치 요청에 관한 청원' 글이 동의 수 5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2일 게재된 해당 청원은 '30일 이내 5만 명 동의'라는 국회 소간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단 나흘 만에 조기 충족했다.
논란의 대상은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약칭 대군부인)'이다. '대군부인'은 지난 16일 총 12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 종영했으나, 정작 종영 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뜨거운 비판을 자아낸 것은 '대군부인' 11회의 엔딩을 장식한 즉위식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서는 남자 주인공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어린 조카에게 왕위를 넘겨받아 즉위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천세 천세 천천세"라고 산호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조선이 중국에 종속된 제후국이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 바. '대군부인'이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인 동북공정에 빌미를 줬다며 강한 비판이 일었고, 급기야 폐기 요구까지 이어진 것이다.

# 한국 드라마가 나서서 동북공정 빌미라니...절대 허용 안돼
'대군부인'을 향한 비판에는 단지 네티즌들의 여론만 작용한 게 아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측을 비롯해 한국사 일타강사로 활약 중인 최태성을 비롯해 한국홍보전문가로 꼽히는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들도 '대군부인' 비판에 동참했다.
이들 역시 가장 문제 삼은 것은 '대군부인' 11회의 엔딩 장면. 구류면류관과 "천세 천세 천천세"는 황제국이 아닌 제후국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가상의 입헌군주국 조선을 배경으로 설정한 '대군부인'에서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황제국은 십이류면류관, "만세 만세 만만세"의 산호를 사용한 만큼 가상의 21세기 입헌군주국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대군부인'에서도 이 같은 설정을 차용하는 것이 나았으리라는 비판 여론 다수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군부인'을 비판하는 이들 다수는 실제 중국 동북공정에 물든 네티즌들에게 작품 속 장면이 악용된 것에 분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군부인'의 초기 설정들 가운데 어린 왕의 섭정을 친모인 대비가 아닌 대군이 하는 것, 총리 등 고위 관직이 세습된 것, 과거를 통해 능력을 통해 획득하던 양반 지위가 오직 세습 귀족으로만 남은 것 등 실제 조선과는 달랐던 배경 설정들도 문제시 되고 있다. 작중 주요 설정들은 실제 조선의 양식과 다르게 묘사했으면서, 구태여 한국 드라마가 나서서 빌미를 줬다는 점이 가장 공분을 자아내는 대목인 것이다.

# 설정 붕괴 많지만...'가상' 배경에 '폐기'는 가혹해
물론 '대군부인'을 향한 옹호론도 존재한다. 당장 변우석, 아이유 등 주연 배우들의 팬덤이다. 이들은 애정하는 스타들의 출연작이 폐기되는 것을 반대하며 공식 홈페이지에 '폐기 반대' 글을 작성했다. 그러나 팬덤 일각에서는 최태성 강사의 '대군부인' 비판글에 악플 및 반대 의견을 보내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실제 이로 인해 최태성 강사가 '대군부인' 배우들을 겨냥했던 것은 아니라며 사과까지 남겨 오히려 작품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이 밖에도 소수의 네티즌들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기도 했다. '대군부인' 제작진이 즉위식 장면에서 자문을 따랐다고 밝힌 만큼, 실제 조선왕조에서는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천세 천세 천천세" 산호를 사용했으나, 그게 조선이 중국에 종속된 제후국이라는 증거는 아니었다. 오히려 조선은 외교적으로는 사대주의로 실리를 취하며 자주국으로서의 국권을 누린 국가로 남았던 만큼 이 같은 배경에 대한 몰이해 속에 왜곡된 역사관을 퍼트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경계하는 게 우선이지, 이를 무시한 채 '대군부인'을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중국 네티즌들에게 오히려 끌려가는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층 더 조심스럽게 '대군부인'을 향한 폐기 요구를 바라보고 있다. 한 종합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OSEN에 "'대군부인'의 설정에 빈틈이 많다거나, 작품을 향한 시청자의 비판 의견은 당연히 모든 창작자들이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그러난 논란 속에도 결국 시청률 10%를 넘은 작품이다. 요즘 같은 방송가 불황에 쉽지 않은 성적이고 글로벌 OTT 성적도 좋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종영 후 작품이 전면 폐기된다면 이후에 제작 환경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중국 네티즌들의 동북공정 반응은 어느 제작진이라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다. 당연히 그런 왜곡된 역사관을 주장하는 게 잘못이라고 본다. 제정신 박힌 한국인이라면 누가 그런 말을 하겠나. 그런데도 해외의 왜곡된 역사 문제에 대한 항의보다 작품을 폐기하는 결론으로 간다면 아무리 가상, 판타지라고 해도 국내에서 사극 장르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까 싶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MBC 즉위식 장면 재재편집...폐기 요구엔 '미정'
작품을 둘러싼 논란 속에 MBC는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변우석과 아이유가 개인 SNS를 통해 차례대로 사과하고, 박준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사과하고, 유지원 작가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는가 하면 제작진 또한 사과문을 남긴 바. 유독 방송사만 침묵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대중 기만적이라는 반응마저 일고 있다. 유사한 역사 논란이 일었던 과거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조기종영하며 전면 폐기됐을 당시 MBC에서 메인 뉴스로까지 보도하며 비판했던 만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까지 일었다.
다만 가장 논란이 된 '대군부인' 11회 엔딩 장면은 '재재편집'을 거쳐 삭제됐다. 당초 제작진은 11회 방송 직후 "천세 천세 천천세" 장면을 묵음처리 하며 재방송부터 편집본을 선보였고, OTT부터 이를 일괄적용했다. 그러나 종영 후에도 논란이 일자 11회 엔딩 즉위식 장면은 결국 통편집 되는 것으로 재편집됐다. 26일 MBC 관계자는 OSEN에 "오늘까지 확인한 결과 모든 플랫폼에서 편집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기 청원에 대해 MBC 측은 "현재로서는 대응 방안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논란을 주시하고는 있으나 뾰족한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아 사안에 대해 논의를 거듭하며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와중에 결국 '대군부인'의 논란이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오르내리는 상황. '대군부인'의 존폐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및 MBC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