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정세 / 사진제공=프레인TPC
지난 24일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극본 박해영/ 연출 차영훈/ 이하 '모자무싸')가 종영을 맞았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로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등이 출연했다.
배우 오정세는 극 중 영화인들이 모인 8인회 멤버이자 고박필름 소속의 영화감독 박경세 역을 연기했다. 영화를 다섯 편이나 연출한 감독이지만, 아직 데뷔도 못한 황동만(구교환 분)이 계속해 자신의 속을 긁어대는 말만 해대니 거기에 또 자격지심으로 반박하면서 오히려 더 상처를 받는 인물이다.
게다가 다섯 번째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고, 아내이자 제작자 고혜진(강말금 분)은 황동만을 오히려 두둔만 하는 것 같아 고까워한다. 하지만 이후 점점 황동만과 으르렁대는 관계를 벗어나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결국 자신 역시 무가치한 것과 싸우고 있는 사람인 것을 깨닫고는 변하게 된다.
오정세는 이러한 박경세를 연기하면서 자신만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입체적으로 인물을 표현해내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이런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모처에서 오정세는 취재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정세는 '모자무싸'와 함께, 오는 6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와일드씽' 속 최성곤 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배우 오정세/ 사진제공=스튜디오 피닉스, SLL, 스튜디오 플로우
<【N인터뷰】 ①에 이어>
-후반부 경세와 박 작가(정민아 분)의 교감을 정서적 불륜으로 보는 시각도 많은데, 연기를 할 때는 어떻게 임하려 했나.
▶저랑 박 작가와 관계 설정을 할 때 보시는 시청자와 혜진의 입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연기할 때는 남녀의 키워드는 뺐다. 내가 창작하는 데에 신나게 동력을 주는 관계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그 모습 자체가 혜진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볼 수 있는 걸로 설정하려고 했고, 개인적으로는 남녀의 키워드는 뺐다. 보조작가가 아이디어를 줄 때도 눈을 보고 주는 게 아니라 항상 앞에 컴퓨터 모니터가 놓여 있는 것도 그런 지점이다.
-이 작품 안에서 최애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 머릿속에서 동만이와 경세가 왔다갔다 한다. 동만이도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친구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으로 바뀌어서 애정하는 게 크다. 경세 역시 또다른 동만이기도 해서 애정하는 게 크다.
-작품의 주제가 각자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거라면 본인의 가장 큰 무가치함과의 싸움은 무엇인가.
▶경세가 제일 스스로 무가치함과 싸우는 이유는 1등만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성공하고 싶은 것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힘들게 한다. 그게 더 자기를 무가치하게 하는 것 같다. 저는 현재로서 무가치하다는 건 배우로서 시도도 해보고 '이런 건 어떨까?'라고 계속해서 시도를 해보는 게 무가치함과 싸우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결국 작품의 키포인트는 자기인정을 해야 한다는 지점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
▶저도 그런 대사가 공감이 됐다. 두잉(Doing)을 해야지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존재함으로써 가치 있다는 마음이 저를 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무얼 해야지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게 나를 힘들게 만든다. 그냥 '존재함으로써 가치 있는 사람이야'로 시작하면 스스로에게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시작하니깐 뭘 할 때도 여유가 생기고 덜 불안하게 되는 것 같다.
-구교환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구교환 배우가 왔을 때 늘 동만이로 곁에 있었다. 8인회끼리 얘기를 하고 있더라도 동만이가 들어오면 그냥 동만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정서를 느끼게 하려면 고민을 얼마나 치열하게 했을까 싶었다. 뭘 안해도 동만이 같았다.
-아내 역으로 출연한 강말금과의 호흡은 어땠나.
▶다른 배우들도 그랬지만 혜진과의 호흡에서는 다른 게 있었다. 단순히 뿅망치로 맞는 신도 대본을 읽었을 때는 라이트한 느낌이었다. 오래된 이들의 장난같은 느낌으로 읽었는데 현장에서 때리고 맞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여러 겹의 감정이 나왔다. 쓸쓸한 감정도 있고 슬픈 감정도 있고 겹이 많은 감정이 있었다. '3등만 할게'라고 고백하는 신에서도 무덤덤하게 고백하는 데 경세 마음은 되게 뜨거웠다. 그저 연기로서만 풍성해진다는 경험을 했다.
-본인에게도 8인회 같은 존재가 있나.
▶제가 연극영화과 전공이 아니다.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였으면 좋겠고, 연극영화과 전공들이 동문들을 다 같이 만나면 부럽고는 했다. 그러다 26년 전에 배우를 모집하는 기관이 있었고 거기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들어갔다. 경쟁률이 치열했다. 저는 거기 들어가면 바로 배우로 성공하는 줄 알고 기뻤던 기억이 있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은 아직도 연락한다. 누구는 다른 직장을 갖고, 8인회처럼 모두 다가 연기 활동을 하는 모임은 아니지만 그 모임이 저에게는 뿌리와 같은 든든함이 있다. '다도리타'라고 같이 힘을 내서 나아가는 연기자 모임이 있다.
그때는 1년에 한 번 송년회를 할 때 의미 없이 만나는 게 아니라 1년 동안 찍었던 단편, 단역으로 나왔던 작품,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모아서 우리만의 영화제를 열었다. 대사 중에 '사랑해'가 있으면 멜로, 조금이라도 무서우면 공포 등으로 섹션도 나눠서 영화제를 했다. 찰흙으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만들어서 투표해서 주기도 했다. 보통 뒷풀이 비용이 인당 2만 원인데, 상 받은 사람은 10만 원을 내서 서로 안 받으려고 하는 모임이었다.(웃음) 그 중에는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도 있다. 양익준 배우, 박병은 배우, 스무명 정도 되는데 아직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양익준 배우, 우정국 배우, 박병은 배우도 멤버들이다. 전인영 배우 등 찾아보면 나오는 배우들이 활동을 한다. 제게는 8인회보다 진한 모임인 것 같다.
<【N인터뷰】 ③에 계속>
taehyu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