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번 신작의 제목으로 사용한 '상자 속의 양'은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유명 소설 '어린 왕자' 속 에피소드에서 따왔다. 지구에 불시착한 소행성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화자인 조종사는 어린 왕자의 요구에 따라 양을 그려주지만 어린 왕자가 그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상자 하나를 그리고 그 속에 양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크게 만족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상상력'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줄 아는 어린 왕자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사고가 어른들에게 필요하다.
'상자 속의 양'
건축가인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분)와 건축회사의 2대 사장인 켄스케(다이고 분) 부부가 휴머노이드 아들을 집에 들인 이유는 죽은 아들 카케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2년 전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 카케루를 잃은 부부는 우연히 리버스(Rebirth)라는 회사로부터 공짜로 휴머노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아들의 기억이 담긴 영상 및 이미지 자료를 보내면, 리버스에서 이를 기반으로 아들과 똑같은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인간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오토네는 아들과 꼭 닮은 휴머노이드 카케루의 모습에 감동하지만, 아빠 켄스케는 이를 거북하게 느낀다.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려는 카케루에게 그는 "아저씨"라 부르라고 말할 정도다. 휴머노이드 카케루는 식사를 할 수 없으며 물을 가까이해서도 안 된다. 가까운 반경에 주인이 없으면 저절로 작동을 멈추고, 잠을 자는 대신에 충전기에 앉아 충전해야 한다.
'상자 속의 양'
그러나 '상자 속의 양'이 그리는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대체품, 혹은 감정을 수용하는 기계로만 끝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휴머노이드는 주인에게 종속되게 했던 GPS를 떼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정체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감독은 극 중 기술자의 말을 빌려 인간의 자기중심성을 짚는다. "(휴머노이드)아이가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당신의 감정입니다. 이 아이는 당신의 과거 산물이지요."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근작 중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생소한 캐릭터와 이야기 사이에서 거장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늘 그렇듯 고레에다 감독은 아역 배우 캐스팅에 일가견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 출연한 쿠와키 리무 역시 휴머노이드 아이의 역할을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그럴듯하게 해냈다. 아야세 하루카의 남편 역으로 다이고를 캐스팅한 것은 의외이나, 이질적인 캐스팅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 상영 시간은 127분. 10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