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고증 논란…'대군부인'이 남긴 질문 [K드라마와 역사왜곡]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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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6월 19일, 오전 07:00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K-드라마 한 편의 파급력은 국내를 넘어선지 오래다. 글로벌 OTT 시장 확대, K-콘텐츠의 달라진 위상과 함께 국내 드라마는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문화와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경로도 됐다. K-드라마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를 향한 검증 기준 역시 한층 높아졌다. 대중의 상승한 눈높이는 최근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하 '대군부인') 역사 왜곡 논란으로도 향했다.

'대군부인' 역사왜곡 논란에 따른 후속 조치와 책임 범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감독과 작가, 배우들까지 잇달아 사과했지만 재방송 편성과 플랫폼 서비스 방향, 후속 조치, 책임 범위 등에 대한 명쾌한 결론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 여파가 드라마 폐기 청원과 블루레이 제작 무산으로 이어졌고, 판타지 장르 속 역사적 상상력 허용 범위를 둘러싼 쟁점도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tvN '철인왕후' 스틸

큰 파장을 몰고 온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tvN '철인왕후'(2020/제작 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는 현대 남성의 영혼이 조선 철종 시대 중전의 몸에 깃든다는 설정의 퓨전 사극 코미디였지만,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한 대사와 실존 인물 희화화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결국 제작진은 일부 인물 설정을 가공의 문중으로 수정했다. 또한 문제의 조선왕조실록 관련 내레이션은 삭제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도 '철인왕후'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조선왕조실록과 종묘제례악 등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를 폄하하고 실존 인물을 희화화했다는 판단이었다. '철인왕후'는 폐기 여론까지 확산되진 않았지만, 역사적 소재를 희화화하는 방식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남겼다.

SBS '조선구마사' 포스터

'철인왕후'에 이어 후폭풍을 몰고 온 SBS '조선구마사'(2021/제작 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는 조선 태종 시기를 배경으로 좀비와 서양 퇴마 요소를 결합한 판타지 퓨전 사극을 표방했지만,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논란은 중국풍 소품과 음식에서 시작됐다. 극 중 의주 인근 장면에서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 등 중국풍 음식이 등장하면서, 조선의 변방을 중국 문화권처럼 묘사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실존 인물인 태종과 충녕대군, 양녕대군을 다룬 방식에도 지적이 이어졌다.

제작진은 제기된 논란에 대해 "명나라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라는 설정에 상상력을 가미했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 반발은 오히려 커졌다. 당시 한중 문화 갈등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조선의 영토와 문화적 정체성을 모호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불씨가 됐다. 이미 제작비 상당 부분이 투입되고 촬영도 후반까지 진행된 상태였지만, 유례없는 '폐기'를 결정하는 사례를 남겼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스틸

'철인왕후'가 문화유산 희화화 논란에, '조선구마사가' 역사·문화 정체성 논란에 가까웠다면 '대군부인'(제작 MBC·카카오엔터테인먼트)은 혼재된 세계관 자체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며 비판이 확산됐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라는 설정 속에서 즉위식 장면의 '천세' 표현, 구류면관으로 왕실을 제후국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또한 대군 섭정 설정, 중국식 다도, 일본 왕실을 연상케 하는 세계관, 일제강점기와 2차 세계대전이 배제된 대체역사 설정 등이 뒤섞이며 단순한 고증 오류를 넘어 역사 왜곡 논란으로 번졌다.

세 작품은 모두 판타지·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적 자유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을 '판타지' 장르 자체보다 이를 다루는 제작진의 태도에서 찾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뉴스1에 "'판타지 사극이라고 해서 반드시 역사 왜곡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중요한 건 제작진이 역사와 고증을 어떤 태도로 다루느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배경, 혹은 기존 인식과 다른 측면을 개연성 있게 보여주는 것은 역사적 상상력의 영역일 수 있지만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정반대로 그리는 것은 상상력이 아니라 역사 왜곡에 가깝다"며 "역사 콘텐츠는 일정 부분 '계승'과 '교육'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갖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는 그 기준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역사 왜곡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창작에 대한 일정한 제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이번 논란은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며 "제작 과정에서 고증 문제를 어떤 절차와 협의를 통해 풀어갈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사전에 역사학계나 관련 학회와 협의하고 고증을 공동 검토하는 시스템을 통제나 규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공동 창작 과정으로 논의하는 구조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중이 문제를 제기하고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과정 자체가 열린 공론장이 됐다"며 "이런 논란을 통해 더 나은 콘텐츠 제작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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