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김규원© 뉴스1 이호윤 기자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인물의 특징을 제대로 짚어내고, 이를 맛깔나게 연기하는 김규원의 능력에 대중은 감탄한다.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센스와 이를 표현하는 연기력, 몰입도를 높이는 비주얼까지 완벽하게 갖춘 김규원은 차세대 스타 코미디언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시리즈 시상식 신인상 후보에 올라 대세임을 증명하기도.
지금의 인기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방송사 공채가 사라져가던 시기에 코미디언에 도전했고, 미래가 안 보이던 상황에서도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김규원이다. 그의 간절함은 결국 통했고, 김규원은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 공채로 정식 코미디언이 된 뒤 'SNL'에 합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SNL'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며 재능을 꽃 피운 김규원은 OTT를 넘어 유튜브,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활약 중이다. 또한 오는 11일 처음 방송되는 JTBC 드라마 '아파트'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김규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 열정 넘치는 코미디언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언 김규원© 뉴스1 이호윤 기자
-어릴 때부터 코미디언을 꿈꿨다고.
▶중1부터 고3까지 반장을 했었다. 그게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평소 선생님과 친구들의 특징을 잡아서 따라 해 재미를 준 덕분이다. 중학교 때는 옆 대학교 강당을 빌려서 축제를 했는데, 당시 친구들과 한창 인기가 많았던 '개콘' 코너 '용감한 녀석들'을 패러디했다. 그때 관객들을 웃기는 맛을 처음 봤는데 희열이 장난 아니더라. 그 박수와 웃음소리가 좋았다. 이후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고, 특출난 게 없다 보니 센스를 키우려고 노력했다. 이미 대학교도 관련 과를 가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정해서, 고등학교에 가서도 선생님들께 '공부는 소홀히 하지 않을 테니 자율학습 시간에 개콘을 보게 해달라'라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내겐 그게 노는 게 아니라 공부였으니.(미소) '개콘'을 보고 각색하고 대본을 새로 쓰는 등 그 결과물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선생님들도 내 개그 노트를 보시곤 그걸 인정해 주셨다.
-그런데 데뷔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나. 이유가 있나.
▶코미디언 시험에 도전하려 했던 시기가 방송사 공채 개그맨이 사라진 시기와 맞물렸다. 그래서 고3 수능이 끝나자마자 돌잔치 MC를 보기 시작했는데, 같이 일하던 형들이 코미디 극장 지망생이었다. (형들에 비해) 아무 경험이 없다 보니 바로 대학로 현장에 뛰어들기도 조심스럽더라. 바로 현장에 가는 것보다는 내 또래의 코미디 하는 사람을 찾고 싶어서 대학에 진학했고, 그 사이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 경험들이 도움이 됐나.
▶돌잔치 MC를 하다 보면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일단 호스트(아기)가 울면 진행을 할 수 없다.(웃음) 또 컨디션이 안 좋아서 돌잡이를 안 해도 문제고. 그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침착하게 끌어가는 위기 대응 능력이 생겼다. 또 대학을 휴학하고 홈쇼핑 고객센터에서 시니어 전문 담당으로 일하기도 하고 공연장 무대 설치,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등도 했는데 그러면서 사람들을 관찰한 것도 도움이 됐다. 내향적인 편이라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한 발짝 빠져서 누군가 말하는 걸 듣는 스타일인데, 그걸 관찰하고 내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표현하는 것들이 재밌었다.
코미디언 김규원© 뉴스1 이호윤 기자
▶방송사 시험에 도전하려고 할 때가 공채가 없어지고 코미디언들이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던 시기였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무대 코미디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겠더라. '콩트의 붐은 돌아온다'라 맹신하고 무대에 오를 날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학교도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왔는데, 2022년에 전역을 하니 진짜 모든 울타리가 없어진 거다. 이제 사회에서 '1인분'을 해야 하는데 코미디언이라는 꿈만 갖고 있으니…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선배님들 행사도 쫓아다니고, 촬영 보조도 하면서 연명했다. 그러다 '포기해야 하나' 하며 지쳐갈 때쯤 '코빅' 공채를 뽑는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고 안 되면 내 길이 아닌 거다'라며 시험을 봤는데 합격해서 데뷔하게 됐다. '코빅'을 할 당시 선배님들도 나를 많이 밀어주셨다.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한 끝에 코미디언으로 데뷔했는데, '코빅'이 두 달여 만에 폐지했을 땐 암담했겠다.
▶'코빅' 한 쿼터가 12라운드인데 그 쿼터만 10라운드를 녹화하고 마무리가 됐다. 심지어 폐지 소식을 5라운드 녹화 날 듣게 됐는데 절망스럽더라. 이제 막 가족들이 주변에 '아들이 개그맨이 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됐는데 없어진다니까 마음이 힘들었다. 그때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당시 이용진 선배님께서 '이건 기회일 수도 있다'라며 조언해주신 게 기억난다. 최근에 선배님을 뵀을 때도 '그때 해주신 얘기 덕에 버텼다'라고 말씀드렸다. 또 정말 많은 선배님이 '코빅'이 없어진 이후에도 뭐라도 챙겨주시고 도와주시려 했다. 정말 허튼 경험이 없는 게, '코빅'을 하면서 너무 좋은 인맥을 만들었다. 감사하다.
코미디언 김규원© 뉴스1 이호윤 기자
▶'되새김규원'에서 여러 '부캐'를 선보이고 싶었는데, 최근 'SNL'과 드라마 촬영이 겹치면서 스케줄 조율이 힘들었다. 겸사겸사 리뉴얼 중이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캐릭터가 많아서 향후 '되새김규원'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11일 방송을 앞둔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에 출연한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나.
▶사채업을 하는 전직 오아시스파의 막내 큰둥이 역을 맡았다. 싸움도 못 하고 눈치도 없는데, 할 줄 아는 건 요리뿐이라 구박받는 귀여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많이 시청해달라.
-당분간 코미디 쪽에 더 집중할 거라 생각했는데, 빠르게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게 의외였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정극 연기에도 꿈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방향성을 갖고 드라마에 도전한 건 아니고, 막연하게 (정극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인물을 표현하는 게 재밌다 보니 작품 속 캐릭터로도 웃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예능인으로도, 배우로도 1인분을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코미디언 김규원© 뉴스1 이호윤 기자
▶기대 이상으로 그렇게 봐주시니 너무 좋고 감사하다. 내 목표가 이쪽 업계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라 아직 뾰족함을 더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예능은 물론 드라마, 영화에서도 활약하고 싶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오는 31일 진행되는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SNL 코리아' 시즌 8로 신인남자예능인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이 기대되지 않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물론 상을 주신다면 마다하지 않고 감사히 받고 싶다.(웃음)
-앞서 '연상의 연인'과 열애 중임을 밝힌 바 있다. 많은 응원을 해줄 듯한데.
▶'코빅'이 폐지됐을 즈음부터 만난 분인데, 그때도 지금도 한결같이 대해줘 고맙다. 내가 모시고 있다.(미소)
코미디언 김규원© 뉴스1 이호윤 기자
▶예전에는 'SNL 걔'라는 키워드로 많이 알려졌다면, 이제는 대중에게 '김규원'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시기인 것 같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본인만의 코미디 철학은.
▶'뻔한 것을 가장 경계하라'는 신동엽 선배님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지금은 그게 내 철학이 된 것 같다. 겹치지 않는 개그, 뻔하지 않은 개그를 하는 게 좋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80대가 돼도 분장하고 후배들과 오래 일하는 게 목표다. 지금 많은 선배께서 그 길을 개척하고 계신 듯하다. 분장하는 것에도 두려움이 없으시지 않나. 나도 그렇게 오래오래 코미디를 하고 싶다.
breeze5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