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선미경 기자] 가수 하림이 최근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듯한 응원으로 논란이된 배재고 야구부 앞으로 이어진 근조화환 행렬에 일침을 가했다.
하림은 6일 자신의 SNS에 ‘꽃으로 하는 고약한 짓들’이라며 소신을 담은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먼저 하림은 “언젠가부터 정치적 공격을 근조화환으로 하는 기괴한 문화가 생겼다. 죽음을 연상시켜 받는 이의 기분을 망치겠다는 악의적인 의도다. 화환의 리본들은 거리에 그대로 노출된 '오프라인 댓글'과 같다. 요즘엔 꽃도 아닌 플라스틱 덩어리들을 세워두기도 한단다”라며, “몇 년 전 법원 앞을 지날 때 한쪽에는 근조가, 다른 한쪽에는 응원 화환이 즐비했던 기억이 있다. 그 앞을 지나면서 ‘꽃집 대박 났겠네’, ‘저 쓰레기는 누가 치우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림은 “이 기형적인 유행 덕에 꽃집들은 잠시 매출을 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길가에 늘어선 화환들에서는 꽃이 주는 기쁨이나 생명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고약한 습성이 만들어낸 '꽃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하림은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슬픔을 다독이거나, 차마 전하지 못한 사랑을 고백할 때 꽃을 건넸다. 과거엔 폭력적인 총구에 꽃을 꽂아 평화를 말하던 이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봄이면 피어나는 벚꽃처럼 꽃은 늘 살아있는 것들의 편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림은 최근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듯한 응원으로 논란이 됐던 배재고 야구부에 대해 언급했다. 논란 후 배재고등학교 앞에는 근조화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림은 “며칠 사이 배재고등학교에 이러한 화환들이 늘어서 있다고 한다. 누가 아이들의 학교 앞에까지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정치적 이슈에 편승하려 보내는 응원의 화환도 마찬가지다. 꽃은 때리는 데 쓰는 게 아니다.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순수한 애도의 자리에 쓰이던 '근조'라는 엄숙한 단어가, 어떻게 오늘날 살아있는 이를 조롱하는 단어로 타락했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하림은 “누가 무슨 잘못을 했든 간에, 그 혐오의 잔재 사이를 뚫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겠는가. 다 무섭고 다 싫고 다 밉지 않을까. 세상은 원래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는 곳이라고 아이들이 무의식중에 학습하게 될까 두렵다. 극우와 극단주의는 이렇듯 일상 속에 스며든 혐오의 감정이 만들어낸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하림은 “거리에 가득 찬 조화는 결국 우리 사회의 감정이 그만큼 메말라가고 있다는 서글픈 증거”라며, “타인을 해치기 위해 무기화된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다. 우리마저 이 혐오의 방식에 익숙해지기 전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지켜내는 최소한의 품격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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