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장우영 기자] 배우 신예은이 눈부신 맑음의 20대를 지나, 상처와 실패마저 기꺼이 껴안는 단단한 30대의 얼굴로 대중 앞에 섰다.

2018년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에이틴’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신예은. 그에 앞서 성균관대학교 재학 당시 ‘대학내일’ 잡지를 통해 얼굴을 알린 그에게 ‘실패’는 낯선 단어였다. “20대 초반에 연기를 시작하면서는 크게 실패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항상 하고 싶었던 배역을 맡았고, 원하는 학교를 갔고, 주변에서도 다 ‘오구오구 잘한다’ 칭찬해 주셨죠.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너 이거 틀렸어’라고 해도 크게 상처를 안 받았고, 오히려 ‘괜찮아, 난 다른 거 잘하니까’라고 넘겼죠.”
하지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동안 연기와 연예계라는 깊은 바다 속에서 마냥 순탄할 수만은 없었다. “20대부터 30대까지 오는 시간들 동안 실패도 겪어보고 아픔도 겪어보고 벽도 느껴보고 하면서 그 안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들을 찾아나가는 것 같아요”라는 신예은은 가끔 옛날 노래를 들으며 어린 시절의 꿈과 열정에 감성적이게 되기도 한다고. 최근 너무 감성적이고 센치해진 나머지 눈앞에서 20대 초반의 신예은을 만났다는 그는 “네가 참 부럽다. 고생했다. 걸어온 길 잘했다. 그 순수하고 맑음이 참 좋다”고 말해줄 수 있을 만큼 자신의 발자취를 긍정하고 껴안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이나 신예은이라는 사람도, 신예은이라는 배우도 성숙해져있었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끊임없이 부딪혀 온 도전의 시간들은 내면을 찌우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고, 도전이라는 단어 앞에서도 두려움이 없어진 신예은이다. “옛날에는 (도전을 앞두고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나를 믿자, 그리고 함께하는 팀을 믿자’고 생각해요.”
신예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주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가 도전했는데 연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면 감독님께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든든하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신예은은 그 경험을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극본 김지수, 연출 이명우,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제작 더스튜디오엠, 원작 카카오페이지 ‘존버닥터’ 작가 김태풍)를 통해서도 느꼈다.

‘닥터 섬보이’ 육하리는 신예은의 단단함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90%”라고 자부한 신예은은 “하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보호해 줘야 할 것 같고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강하고 씩씩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너무 여린 아이라 보살펴 주고 싶은 강과 약을 동시에 가졌어요. 저도 그런 모습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공감했어요”라고 말했다.
극 중 오지랖 넓게 남을 돕는 하리의 모습에 대해서도 “선이라는 건 누군가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내 자신이 만든 거라 다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갇혀 있던 우물과 선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본인을 희생해서라도 남을 돕고 싶어 하는 하리의 그 마음이 참 예쁘게 느껴졌어요”라고 해석했다. 치열한 감정적 고민 끝에 육하리를 완성해 낸 그는 “이 인물이 고통 속에서 해소되고 힐링했을 때 저도 덩달아 힐링했어요”며 작품이 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더 글로리’로 재조명 받고 이후 ‘꽃선비 열애사’, ‘정년이’, ‘백번의 추억’, ‘탁류’를 거쳐 ‘닥터 섬보이’까지. 수많은 호평을 받는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연기를 향한 그의 갈증과 열정은 데뷔를 꿈꾸던 시절과 같다. 신예은은 “만약에 제가 무뎌져서 ‘될 대로 되라지’라는 마음이 됐다면 더 슬플 것 같아요”라며 “중학교 때부터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데 그게 사라진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제가 이 일로 고민하고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 자체도 다행이고 차라리 감사해요”라고 강조했다.

30대를 마주한 현재, 신예은의 가장 큰 화두는 ‘어른’, 그리고 ‘대중의 사랑’이다. “어른이란 뭘까, 어떻게 해야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 고민해요”라는 신예은은 “세상이 바라보는 트렌드나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들을 고민해 보려 해요. 저는 일에 있어서는 욕심이 있는 편이라 주어지는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특히 신예은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세상 트렌드를 읽고 대중에게 제 연기를 잘 보여드릴 수 있는 걸 선택하고 싶어요”라며 “기회가 된다면 ‘더 글로리’ 박연진을 넘어서는 악역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해요”라는 파격적인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단순히 예쁘고 맑은 청춘스타의 타이틀을 넘어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고 아픔과 성장을 자양분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배우 신예은. 성공적인 종영 뒤에도 결코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사람과 연기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질문을 던지는 그의 다음 챕터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lnino8919@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