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나면 '이런 연기를 하고도 조인성이 살아 있다니!'에 놀라게 된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연기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까. 조인성은 "처음 '호프'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주한 것은 거대한 '물음표'였다. 한국형 SF와 크리처 장르가 가진 높은 장벽을 나홍진 감독이 어떻게 허물지 궁금했다. 시나리오에는 그저 단순하게 '뛴다'라고만 적혀 있었지만, 나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결코 평범하게 뛰지 않을 것임이 본능적으로 유추됐다."라며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그 작품을 나홍진 감독이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렸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나홍진 감독이고 어떤 장면이건 자신이 원하는 컷을 위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기로 유명한 감독이었다. 조인성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연골 때문에 수술을 했던 양쪽 무릎이었다. 실제로 의사는 그에게 "뛰고 점프하는 것은 인성 씨 남은 인생에 좋을 게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조인성은 나홍진 감독과의 첫 만남 자리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나 때문에 작품 퀄리티가 떨어지면 안 되지 않느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돌아온 나 감독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럴 일 없다. 걱정하지 마라. 영화 하시는 거죠?"
나홍진 감독의 이런 답은 조인성으로 하여금 용기를 내게 했다. 안주하느냐, 도전하느냐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택한 조인성이다. 디즈니+ '무빙' 때도 그랬듯,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쳐야 하는 작업임을 알면서도 "아직은 더 해보자"는 열정이 그를 움직였고, 대본을 읽자마자 곧바로 감독에게 연락을 취해 하겠다는 답을 했다.
나홍진 감독의 완벽주의는 현장에서 '디폴트 값(기본값)'이었다. 조인성은 아예 처음부터 "한 번에 오케이가 떨어지는 일은 없다. 무조건 100번은 테이크를 갈 것"이라 마음먹고 현장에 기분 좋게 출근했다. 생각의 차이였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니 20~30번 만에 촬영이 끝나면 오히려 "빨리 끝났네"라며 쿨하게 퇴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그럼에도 혀를 내두를 만큼 지독한 순간은 존재했다. 눈이 오면 안 되는 장면인데 갑작스럽게 눈이 내리자, 전 스태프와 배우들이 풀 세팅을 마친 채 눈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현장에서 마냥 대기해야 했다. 조인성은 군대식 표현을 빌려 "우리끼리 그걸 '점호'라고 불렀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도로에 내리는 눈만 녹으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옆 언덕과 길가에 쌓인 눈 까지 녹으려면 하루 이틀 '점호'를 했던 게 아닐 것이다. 그냥 분장도 아니고 피범벅의 특수분장을 매일 아침 '오늘은 촬영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몇시간씩 준비한 채 기다리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었겠나.
나홍진 감독의 현장에는 치열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조인성은 그것이야 말로 진짜 미담이라고 단언한다. "어설프게 타협하고 찍었으면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이 안 나왔을 것이다. 그분이 나홍진이었기에 타협 없이 밀어붙였고, 결국 압도적인 결과물로 증명해 냈다. 그 결과를 만들어낸 집념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담"이라며 나홍진 감독을 치켜세웠다.
이번 작품의 백미이자 조인성 본인조차 "고생을 말로 표현 못 하겠다"고 고개를 저은 부분은 단연 고강도 '승마 액션'이다. 극 중 "쟤 말을 왜 저렇게 잘 타?"라는 대사가 나올 만큼 조인성은 능숙한 기마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촬영 과정은 매 순간이 위험천만한 사투였다. "말을 탈 때 감독님이 무전으로 '꺾이면 안 돼!'라고 소리치셨다. 심지어 말 위에서 한 발로 서서 타는 기술을 해야 했는데, 전문 무술팀에게 '이거 할 수 있냐' 물었더니 '우리도 그렇게까지는 안 해봤다'고 하더라. 전문가들도 안 해본 걸 내가 왜 해야 하나 싶었다.(웃음)"
안전장치를 철저히 했음에도 동물과의 호흡은 예측 불허였다. 조인성은 "오토바이는 내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추지만, 말은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동물이라 내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 된다. 박자가 아주 조금만 어긋나도 말 위에서 그대로 튕겨 나가는 공포가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국내 말과 습성이 완전히 다른 루마니아 현지 말들을 통제하며 아스팔트 위를 시속 25~30km로 질주하는 촬영은 예민함과 긴장감의 극치였다. 심지어 말들은 발굽때문에 아스팔트 위를 달리면 많이 미끄러져서 위험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그런 상황에서도 전력질주로 추격장면을 찍어낸 조인성이 더 대단해 보였다.
조인성은 3~4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승마팀과 호흡을 맞추며 훈련에 매진했다. "다행히 함께한 말이 굉장히 순해서 운이 좋았다"며 공을 돌린 그는 "현장 상황이 워낙 급박하고 딱딱해서 '까딱하면 다친다, 기회는 몇 번 없다'는 숙명적인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도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니 이제 나를 '조카프리오(조인성+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불러달라"는 유쾌한 농담으로 현장을 폭소케 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호흡을 유지하느라 입안으로 날파리가 들어오는 것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조인성. "애초에 힘들 것을 각오하고 오면 괴로울 게 없다"며 "아무리 춥고 힘든 겨울이어도 결국 봄은 오고 오늘날이 오지 않느냐"고 담담히 미소 짓는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한계를 극복하고 마침내 살아 돌아온 대체 불가한 배우 조인성의 진가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7월 15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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