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흥행 비결은 대중의 피로감을 달래준 소박함에 있다. 최근 TV와 OTT 예능은 호화로운 해외여행, 자택 및 재산 공개, 극단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서바이벌이나 연애 리얼리티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과도한 도파민의 흐름 속에서 '풍향중'은 시골 국도의 정겨운 풍경, 시골 빵집, 지나치다 들른 성당 등 무해한 순간들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심리적 안도감과 힐링을 선물했다.
무엇보다 '목적지'가 아닌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한 기획의 전환이 빛을 발했다. 기존 여행 예능이 특정 목적지에 도달해 미션을 수행하거나 명소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풍향중'은 2시간의 방송 분량 내내 목적지인 익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여정을 보여준다.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주유 지옥, 꽈배기만 사기로 해놓고 8만 원어치 주전부리를 쓸어 담는 휴게소 먹방, 교차로마다 긴장감을 높인 아날로그 길 찾기 등 예기치 못한 해프닝 자체가 강력한 웃음 포인트가 됐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소한 소동과 즉흥성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진짜 여행의 도파민을 안겨준 셈이다.
여기에 연예계 대표 모범 납세자로 통하는 유재석의 반전 매력과 인성이 진가 및 재미를 더했다. 촬영 스케줄 때문에 세금 납부 마감일을 맞추기 어렵자, 형들을 설득해 방송 중 직접 은행으로 향한 유재석의 모습은 완벽한 모범 납세자의 면모로 뜻밖의 유머와 호감을 선사했다. 국세청 공짜 공익광고라는 유쾌한 시청자 반응과 함께, 장시간 운전 중 주변의 잔소리나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짜증 없이 웃음으로 받아넘기는 유재석 특유의 기분 좋은 리더십과 성품이 재조명됐다.
마지막으로 네 인물의 찰떡같은 역할 분담이 긴 러닝타임의 몰입감을 완성했다. 메인 운전사이자 세금 파수꾼으로 중심을 잡은 유재석, 조수석에서 아날로그 지도책을 전담하며 인간 내비게이션 맵성민으로 등극한 이성민, 특유의 티격태격 케미와 무근본 자작곡로 웃음을 유발한 지석진, 그리고 대선배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내며 텐션을 조율한 막내 양세찬의 합은 대체 불가능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스마트폰 어플 하나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떠났던 '풍향고'에 이어, 국도만을 고집하며 아날로그 여행의 정수를 보여준 '풍향중'의 성공은 단순한 유쾌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디지털에 포위된 시대에 지도책과 표지판에만 의존하는 이들의 여정은 잊고 있던 아날로그의 낭만을 깨웠고, 외곽 국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시골 마을과 골목 상권을 자연스럽게 조명해 '국내 소비 진작'이라는 뜻깊은 가치까지 담아냈다. 억지 설정과 화려한 자극, 포맷의 복제에 빠져 지루해진 기존 방송가에 '진정한 예능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입증한 '풍향중'의 소박한 돌풍은, 매너리즘에 젖은 연예계 전체에 기분 좋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풍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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