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연합뉴스)
피치포크와 NME 등 외신에 따르면 ‘오디세이’의 엔딩 크레디트곡 ‘웬 아임 홈’(When I‘m Home)에는 놀란이 공동 작사자로 이름을 올렸다. 곡에는 트래비스 스캇과 제임스 블레이크, ’오디세이‘의 음악을 맡은 루드비히 예란손이 참여했다.
5분 27초 분량의 ’웬 아임 홈‘은 단순히 영화가 끝난 뒤 흘러나오는 엔딩곡에 그치지 않는다. 스캇은 호메로스의 원전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을 현대적인 랩으로 풀어내고 블레이크가 코러스를 맡았다. 예란손의 음악 위로 오디세우스의 긴 여정을 관통하는 ’귀향‘의 정서가 이어진다.
놀란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의 가사를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공동 작사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오디세이‘의 음악 역시 영화의 서사와 밀접하게 설계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화 '오디세이' OST '웬 아임 홈' 작곡가 명단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명시돼 있다.(사진=멜론 캡처)
스캇의 캐스팅에는 놀란의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문자로 읽히기 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구전시였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놀란은 한 인터뷰에서 스캇의 캐스팅에 대해 “’오디세이‘가 구전시로 전승돼 왔다는 사실과 랩의 유사성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야기를 노래하고 전달했던 음유시인의 역할을 현대 대중문화의 래퍼와 연결한 것이다.
단순히 유명 래퍼를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시킨 것과는 결이 다르다. 놀란은 오늘날 관객이 시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행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스캇을 선택했다.
실제 스캇은 극 중 사람들 앞에서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대의 이야기를 현대의 래퍼가 다시 전달하면서 ’오디세이아‘가 수천 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방식 자체를 영화 속에 구현한 셈이다.
영화 '오디세이'에 출연한 트래비스 스캇.(사진=AP)
놀란과 스캇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캇은 2020년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의 엔딩곡 ’더 플랜‘에 참여했다. 당시에도 예란손이 음악 작업을 함께했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오디세이‘에서는 협업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스캇은 엔딩곡을 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영화에 등장했고, 놀란은 반대로 스캇이 참여한 노래의 공동 작사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국 ’오디세이‘에서 랩은 영화에 덧붙인 유행의 장치라기보다 작품의 뿌리와 연결되는 매개로 활용됐다. 고대에는 음유시인이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노래했고, 놀란은 그 자리에 현대의 래퍼를 세웠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다시 스캇의 목소리가 엔딩곡으로 이어진다.
각본과 연출부터 캐스팅, 음악의 콘셉트와 엔딩곡의 작사 크레딧까지. ’오디세이‘에서 놀란이 관여한 영역은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고대 서사시를 현대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배우와 음악,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