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라기엔 벌써 세 번째다.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를 시작으로 앤드루 가필드와 엠마 스톤,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까지. 실사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와 그의 연인을 연기한 배우들이 세대마다 실제 커플로 발전했다.
위부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실제 커플이 된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 앤드루 가필드오 엠마 스톤,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사진=소니 픽쳐스·마블)
첫 번째는 2002년 개봉한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었다. 피터 파커를 연기한 토비 맥과이어와 그의 오랜 짝사랑 메리 제인 왓슨 역의 커스틴 던스트는 촬영을 계기로 실제 연인이 됐다. 영화 속 로맨스가 현실로 이어진 첫 사례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지만, 결별 이후에도 ‘스파이더맨2’와 ‘스파이더맨3’에서 연인으로 호흡하며 시리즈를 완주했다.
10년 뒤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201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새로운 피터 파커로 나선 앤드루 가필드와 그웬 스테이시 역의 엠마 스톤이 두 번째 주인공이다. 두 사람 역시 작품을 통해 가까워져 연인으로 발전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까지 함께했다. 이후 결별했지만 ‘스파이더맨 커플은 현실에서도 사랑에 빠진다’는 묘한 공식은 또 한 번 이어졌다.
세 번째는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다. 두 사람은 2016년 ‘스파이더맨: 홈커밍’ 촬영을 통해 각각 피터 파커와 MJ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이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시리즈를 함께했다. 한동안 열애설이 이어지다 2021년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연인 관계가 알려졌다.
이번에는 앞선 두 커플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는 지난해 1월 약혼설이 불거진 데 이어 올해 초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젠데이아의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가 ‘2026 SAG 어워즈’에서 “결혼식은 이미 했다”고 밝히면서 결혼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젠데이아가 오스카 시상식에 결혼 반지를 끼고 등장하고, 톰 홀랜드 역시 공식 석상에서 젠데이아를 ‘와이프’라고 부르면서 결혼은 기정사실화됐다. ‘스파이더맨’에서 시작된 인연이 약 10년에 걸쳐 결혼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영국에서 피로연까지 극비리에 열었다. 외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서리의 비버브룩 호텔에서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축하 파티를 열었다. 호텔 직원들에게 비밀유지계약 서명을 요구하고 하객과 직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등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 포스터.(사진=소니픽쳐스·마블)
흥미로운 점은 제작진 역시 이 묘한 전통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제작자인 에이미 파스칼은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를 캐스팅한 뒤 두 사람을 따로 불러 연애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런데 처음 해본 충고도 아니었다. 앞서 앤드루 가필드와 엠마 스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파스칼은 결과적으로 배우들이 자신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두 세대에 걸친 ‘연애 금지령’이 모두 실패한 셈이다.
그렇다면 유독 ‘스파이더맨’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다. 한 작품을 위해 수개월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랑과 이별 같은 강한 감정을 반복해서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밀감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영화 촬영이라는 비일상적인 환경을 공유한다는 점도 서로 가까워지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스파이더맨’의 작품 특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슈퍼히어로물과 비교해 피터 파커의 평범한 일상과 연애가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고민하고 실수하는 청년이라는 점이 캐릭터의 핵심 매력 중 하나다.
배우들이 함께하는 시간도 길다. 긴 제작 기간 동안 감정적인 장면을 함께 소화하고, 개봉 뒤에는 인터뷰와 행사 등 각종 홍보 일정까지 함께한다. 시리즈가 이어지면 이 과정은 수년에 걸쳐 반복된다. 물론 세 커플의 탄생을 ‘스파이더맨 효과’로 설명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촬영장에서 시작된 수많은 배우 커플 가운데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세 차례 연속 비슷한 일이 벌어진 흥미로운 우연에 가깝다.
그럼에도 토비 맥과이어에서 앤드루 가필드, 톰 홀랜드까지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나란히 극중 연인과 현실에서도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은 묘한 공통점을 남긴다. 스파이더맨에게 대대로 이어진 능력이 ‘거미줄’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