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0시 방송된 TV CHOSUN ‘왕은 무얼 자셨는가’에서는 12세에 왕위에 오른 뒤 1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단종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는 단종의 시신을 목숨 걸고 수습했던 영월의 인물 엄흥도의 후손이자 산악계의 전설로 불리는 엄홍길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엄흥도와 단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엄홍길은 “조상님 덕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작품을 향한 특별한 감회를 밝혔다.
이날 ‘궁인 트리오’ 양상국, 신기루, 지예은은 단종의 삶에 얽힌 음식을 직접 맛봤다. 첫 번째로 등장한 음식은 단종이 눈물을 삼키며 먹어야 했던 ‘육즙’이었다.
당시 상중이었던 단종은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양대군은 단종의 기력이 약해졌다며 소고기로 만든 음식을 올렸다. 오랜 시간 소고기를 중탕해 우려낸 원액인 ‘육즙’을 맛본 지예은은 “맛있기 힘든데?”라며 의아해했다.
반면 양상국은 직접 맛본 뒤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맛”이라고 평가했고, 지예은 역시 “보약 같다”며 음식 자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음식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전혀 달랐다. 단종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과 달리 수양대군이 단종을 압박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결국 단종은 수양대군의 강요에 가까운 압박 속에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괴로움을 안고 ‘육즙’을 먹어야 했다.
엄홍길은 이에 대해 “수양대군 때문에 억지로 먹은 단종에게는 독이 된 음식이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수양대군의 압박은 결국 ‘계유정난’으로 이어졌다. 수양대군은 단종을 보필하던 측근들을 역적으로 몰아내며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자신이 직접 난을 일으켰음에도 왕명을 증명하는 명패와 연회에 사용할 궁중음식까지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내놓게 된 음식이 바로 ‘빼앗긴 밥상’이다. 주안상 형태로 차려진 밥상에는 어만두, 생치저비, 두텁떡, 육포, 너비아니, 자두 등 다양한 음식이 올랐다.
화려하게 차려진 밥상을 본 신기루는 “지금까지의 밥상 중에 가장 푸짐하다”며 놀라워했다. 숭어로 만두피를 만들고 소고기로 속을 채운 어만두를 맛본 그는 “각각 다른데 둘이 함께 만나 시너지가 확 난다”며 호평했다.
너비아니를 처음 맛본 양상국 역시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맛있다”며 감탄했다. 꿩고기로 수제비를 만든 ‘생치저비’도 등장했고, 신기루는 “이런 건 시중에서 먹어볼 수가 없는 것”이라며 귀한 음식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게스트 엄홍길은 음식의 의미와 별개로 뛰어난 먹성을 보여줬다. 그는 음식들을 연이어 맛본 데 이어 리필까지 요청하며 남다른 먹방을 선보였다.
역사적으로는 단종에게 강제로 빼앗은 주안상이었지만 음식의 맛만큼은 뛰어났다. 양상국과 엄홍길은 “치욕인데… 막상 너무 맛있으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말하며 역사적 비극과 음식의 맛 사이에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단종은 자신을 지켜줄 세력마저 모두 잃고 영월로 유배를 떠난다. 살아서는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천혜의 유배지였다. 실제로 청령포를 방문했던 엄홍길은 당시의 지형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하다. 말이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뿐이지 감옥이다. 첩첩첩첩산중이다”라고 표현했다.
그런 단종에게 영월 백성들은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타지로 쫓겨난 왕을 위해 자신들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내놓았고, 영월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어수리’를 바쳤다.
이를 활용해 어수리 나물, 어수리 솥밥, 어수리 장국으로 구성된 ‘어수리 한 상’이 완성됐다. ‘궁인 트리오’는 “단종의 밥상은 슬픈데 맛있어서 또 기대가 된다”며 음식을 맞이했다.
평소 나물밥을 선호하지 않는 신기루도 “제가 나물 밥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밥만 먹어도 맛있다”며 어수리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에 빠져들었다. 최태성은 “국에 담백하게 향이 담겼다. 너무 맛있다”며 국을 그릇째 마시는 모습으로 식욕을 자극했다.
엄홍길의 먹방 역시 계속됐다. 이를 본 지예은은 “대장님, 한정식집 오신 것 같다”고 감탄하며 신기루 못지않은 그의 식사량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 후반부에는 단종의 마지막 순간과 엄흥도의 숭고한 충심이 소개됐다. 최태성은 단종이 세상을 떠난 뒤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이 내려지면서 누구도 시신에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엄홍길의 조상인 엄흥도는 목숨을 걸고 이 명령에 맞섰다. 그는 두 아들과 함께 강물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고, 눈이 쌓인 곳에서 큰 사슴 한 마리가 누워 있던 자리에 단종을 안장했다.
엄홍길이 직접 자신의 조상과 단종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면서 현장에는 뭉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6회에 걸쳐 왕실의 밥상으로 조선의 역사를 살펴본 출연진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양상국은 “조선시대 음식이라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깊은 맛에 놀랐다”며 “음식에 역사가 같이 포함되어 있어서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신기루는 “알면서 먹으니까 배도 채워지고 머리도 채워져 행복했다”고 말했고, 지예은은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퀴즈도 재미있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퀴즈에서 정답을 맞히며 ‘반전 뇌섹녀’로 거듭난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한편 TV CHOSUN ‘왕은 무얼 자셨는가’는 단순한 먹방을 넘어 음식에 담긴 시대와 인물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맛있는 역사책’을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6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시청자들과 만났다.
단종의 밥상에 담긴 비극과 엄흥도의 충심을 함께 조명하며,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TV CHOSUN ‘왕은 무얼 자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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