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스틸 컷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가 16일까지 누적 447만명을 동원, 연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나홍진 감독의 네 번째 상업 장편영화로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나온 신작인 '호프'는 지난달 15일 개봉 이후 화제 속에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SF, 액션, 괴수물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아우르는 '호프'는 그간 나 감독이 선보인 어느 영화들보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반응에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일관된 호평이 있다면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것이다. 특히 '호프'는 주연 배우 뿐 적재적소에서 활약한 조연 배우들의 존재감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호프'를 빛낸 조연 배우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는 배우 음문석이다. 음문석이 '호프'에서 맡은 역할은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는 인물인 목수 양배다. 특유의 의뭉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양배는 남다른 구강구조가 돋보이는 인물. 독특한 언어 습관을 가진 그는 자신이 죽인 어린 외계인을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범석(황정민 분)에게 이를 공개한다.
양배가 죽인 외계인은 영화 황제 쿠얼, 황후 조르의 아들인 세자 칼리다. 외계인들이 호포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유는 칼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양배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믹한 캐릭터인 동시에 묘하게 비호감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냉동고 안에 보관 중인 어린 외계인을 보여주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 밝은 표정의 앙배는 연민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의 범석과 대조되며 '호프'의 주제 의식을 형성한다.
음문석은 독특한 양배의 캐릭터를 나홍진 감독과 함께 만들었다. 오디션을 통해 영화에 합류한 그는 오디션 당시 나 감독의 주문에 따라 충청도 사투리로 양배의 대사를 소화했다. 이를 마음에 들어한 나 감독이 양배의 캐릭터에 충청도 설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최근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양배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당시 세 살이었던 조카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양배를 위험하고 심각한 상황을 인지 못하는 어린아이로 생각하고 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그 결과, 음문석은 '호프'가 낳은 최고의 아웃풋으로 등극했다. 봉준호 감독은 '호프'의 GV에서 음문석에 대해 "안면 표현력이 대단하다, 얼굴 움직이는 템포감 리듬감이 대단하다, 훈련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감독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극찬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나홍진 감독은 영화 '호프'에서 양배의 등잔 신이 '곡성'에서 황정민이 맡았던 일광의 등장 신과 같은 장면이라고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얻은 인기에 힘입어 음문석은 최근 tvN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는 힘들었던 무명 시절에 대해 털어놓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음문석은 가수 출신으로 2005년 'SIC'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했으며, 2012년에는 그룹 몬스터즈로 활동했고, 2013년에는 '댄싱9'에 출연해 댄서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댄서이자 가수로서 무대에 서 왔던 그는 배우로 전향, '7097 액터스'라는 연기자 그룹을 만들어 독립 영화를 연출하는 등 감독 겸 배우로 정체성을 형성했다. 연기자로서 음문석이 존재감을 드러냈던 작품은 SBS 드라마 '열혈사제'(2019)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장룡이라는 코믹한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내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였다. 더불어 음문석은 2022년 '범죄도시2'에 장기철 역할로 출연해 천만 배우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SBS 드라마 '모범택시3'에서는 스포츠 도박 조직의 우두머리 천광진 역을 맡아 적은 비중에 비해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명을 벗어나 배우로 인정받게 된 음문석은 '호프' 이후 더욱 승승장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음문석은 "제일 먼저 돈을 벌었을 때 누나랑 어머니에게 명품 가방을 사드렸다, 아들의 마음이었다"며 배우로 성공한 이후 느낀 뿌듯함을 밝혔다. 또한 그는 "연기가 주는 많은 감정이 있다, 연기는 캐릭터가 보는 눈으로 보려고 하면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것도 많고 고통스러운 것도 많다, 그렇지만 촬영한 다음에 결과물이 나왔을 때 너무 행복하다, 특히 지금처럼 작품으로 일해서 사랑을 받으면 더 행복하다, 제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줬구나, 그런 것에 희로애락이 있다"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을 전한 바 있다.
eujenej@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