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 출연 제안을 받은 배우들의 반응은 대부분 단순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맷 데이먼과 톰 홀랜드를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이 대본을 읽기도 전에 놀란이라는 이름만으로 배에 올라탔다.
그런데 딱 한 명, 로버트 패틴슨은 달랐다. “대본을 읽고 싶다”고 했다. 놀란조차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영화 '오디세이'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보통 배우라면 출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대본부터 확인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오디세이’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거머쥔 놀란을 향한 배우들의 신뢰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촬영 일정이 겹치자 소니 측에 직접 일정 조정을 요청하면서까지 ‘오디세이’를 택했다.
그 와중에 패틴슨만 ‘대본 확인’이라는 정석을 밟은 셈이다. 그렇다고 놀란을 못 믿어서도 아니었다. 패틴슨은 2020년 ‘테넷’에 출연해 이미 놀란과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결국 대본을 확인한 뒤 ‘오디세이’에 승선했고, 오디세우스가 없는 사이 그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안티노오스를 맡았다.
대본은 꼼꼼하게 따졌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은 역시 ‘패틴슨답게’ 엉뚱했다. 안티노오스는 이타카의 왕좌까지 노리는 오만하고 퇴폐적인 인물이다. 패틴슨은 이런 허영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의상에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특히 화려한 털 소재의 속옷을 입고 옷 사이로 털이 살짝 드러나게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놨다. 실제 영화에서 그대로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패틴슨은 “털 팬티, 그게 ‘오디세이’다”라는 식의 농담까지 던졌다. GQ에 따르면 그는 안티노오스를 연기하며 ‘카지노’ 속 제임스 우즈의 캐릭터 등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놀란에게 유일하게 “대본부터 보겠다”고 했던 배우가, 정작 촬영에 들어가서는 누구보다 과감한 아이디어를 쏟아낸 셈이다. ‘테넷’에 이어 두 번째로 놀란의 세계에 올라탄 패틴슨. 이번에도 평범하게 승선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