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만들던 20대 바리스타의 머릿속에는 온통 영화뿐이었다. 일을 마치면 노트북을 펼쳐 틈틈이 시나리오를 썼다. 유명 감독도, 영화계 금수저도 아니었다. 그렇게 완성한 영화 한 편에 들어간 돈은 75만 달러(약 10억 원). 그런데 이 영화, 전 세계 극장에서 무려 4억 8000만 달러(약 67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옵세션'을 연출한 커리 바커 감독(왼쪽)이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바커는 처음부터 영화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 아니었다. 친구 쿠퍼 톰린슨과 유튜브 채널 ‘댓츠 어 배드 아이디어’(That‘s a Bad Idea)를 운영하며 코미디 영상과 저예산 단편을 만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었지만 그것만으로 생계를 꾸리기는 어려웠다. 결국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만들며 영화감독의 꿈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2023년 공개한 공포 단편 ’더 체어‘(The Chair)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탔다. 영상을 눈여겨본 제작자 제임스 해리스가 장편화를 제안했지만 바커가 꺼내 든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자신이 틈틈이 써왔던 ’옵세션‘이었다.
영화 '옵세션' 포스터.(사진=유니버설 픽쳐스)
기발한 아이디어에 비해 제작 환경은 빠듯했다. 제작비는 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억 원에 불과했다. 촬영에 주어진 시간도 단 20일이었다. 바커는 각본과 연출에 편집까지 직접 맡았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나 거대한 세트 대신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연기, 불편함을 집요하게 끌고 가는 연출에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옵세션‘은 개봉 이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화 속 장면과 대사가 밈으로 번지면서 흥행에 불이 붙었다. 보통 개봉 첫 주말 이후 관객이 빠지는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화제성이 커지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였다.ㅇㅇ
영화 '옵세션'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가 대박 나면서 바커의 삶도 180도 달라졌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만들고 퇴근 후 영화를 찍던 무명 유튜버는 장편 데뷔작 한 편으로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차세대 호러 감독이 됐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작품에 찬사를 보냈고,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옵세션‘을 젊은 창작자가 관객과 소통하는 새로운 사례로 언급했다.
바커의 성공은 ’어디서 영화를 시작했느냐‘보다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해진 할리우드의 변화를 보여준다. 거액의 제작비도, 스타 배우도 없었다. 대신 유튜브에서 쌓은 감각과 젊은 세대가 반응할 만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온라인에서 영화를 만들던 20대 창작자가 스크린으로 넘어와 세계적인 흥행작을 만들어낸 셈이다.
’옵세션‘은 오는 9월 2일 국내 개봉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의 인생역전이 국내에서도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