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이렇게 손에 땀나게 하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갑툭튀 귀신도, 다이내믹한 액션도 없이 말 한마디로 관계를 아작내고 그 균열만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더 드라마’는 로맨스의 탈을 쓴 지독하게 영리한 심리극이다.
영화 '더 드라마'의 한 장면.(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발단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결혼을 앞둔 두 커플이 모인 자리에서 “살면서 저지른 가장 최악의 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는 연인끼리 주고받을 법한 짓궂은 질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고백 하나가 튀어나오는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작은 균열은 순식간에 커지고, 그 여파는 두 사람을 넘어 주변 관계까지 집어삼킨다.
흥미로운 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의 익숙한 문법을 가져와 과감하게 부숴버린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예비부부와 결혼식,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축하의 자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하고 기괴한 공간으로 변한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하나’ 싶을 만큼 상황을 밀어붙이는데, 그 과잉 자체가 묘한 재미를 만든다.
영화 '더 드라마' 포스터.(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무엇보다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의 조합이 탁월하다. 젠데이아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연기로 긴장을 쌓는다면 패틴슨은 정반대다.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며 상황이 무너질수록 함께 폭주한다. 서로 다른 온도의 연기가 맞부딪히면서 영화의 불안감도 커진다. 과연 이들이 아니었다면 누가 엠마와 찰리를 이만큼 생생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싶다.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국내에서는 김태호 PD가 이끄는 콘텐츠 스튜디오 테오(TEO)가 처음 영화 배급에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무한도전’ 등에서 웃음 속에 관계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녹여냈던 김 PD가 선택한 첫 영화라는 점에서 ‘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색깔과도 묘하게 맞닿는다.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 연출. 러닝타임 106분. 9월 9일 개봉. 쿠키영상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