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데뷔작 '갈매기'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특별 언급을 받으며 단편 '혀', '혐오가족' 등 사회를 향한 예리한 질문을 던져온 그는, 첫 상업영화 개봉을 앞두고 기분 좋은 긴장감과 깊은 진심을 표정에 띠고 있었다.
'경주기행'은 김미조 감독이 2011년부터 이미 가슴속에 품어온 이야기란다. 언젠가 장편을 찍는다면 반드시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 가족의 이야기로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감독이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 했던 건 바로 큰 상처를 준 사건 이후 살아 남은 이들의 마음이었다. 흔히들 하는 말로 큰 일을 겪고 난 뒤 그들을 용서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건의 마무리일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용서가 되지 않을 상처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될까? 이런 궁금증이 김미조 감독을 '경주기행'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감독은 '경주기행'의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하며 많은 자료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유가족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적 복수를 하는 유가족이 거의 없다는 말을 했다고. 그 이유가 용서를 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자정작용을 하려는 인간의 뇌 때문이라는 말에 김감독은 더더욱 시나리오 작업을 깊게 파고 들수 있었다 한다. 결국 김 감독은 용서하지 않은 채 끝까지 가보는 사람의 얼굴과 선택이 무엇일지에 오롯이 집중하며 인물의 서사를 풀어갔다. 복수를 결심한 사람이 이 사람을 어떻게 처단하고 싶어하는지, 어떻게 해야 복수를 결심한 사람다운 선택일까에만 중점을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선택은 관객들에게 굉장한 충격과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데, 이 장면에는 복수의 방법 역시 쉬울 수 없다는 기저가 깔려 있었다. 이 장면은 초고 작업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사적 복수를 막아서는 무력한 법제도 역시 가족들이 마주한 또 하나의 거대한 벽으로 보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묵직한 서사를 끌고 갈 배우진 구축은 2011년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구체화됐다. 엄마 '옥실' 역으로는 오직 배우 이정은만을 떠올렸다고. 뮤지컬 '빨래'와 이정은의 작품을 보며 '내가 그리는 엄마의 이미지와 가장 잘 맞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미조 감독은 프리프러덕션때부터 시라니로 작업을 할때 참고하며 읽었던 모든 책들을 일어봐달라 부탁하고, 씬별 목표와 감정에 대해 세밀한 대화를 나누며 소름끼치는 이정은의 연기를 완성시켰다.
이어 첫째 딸 '장주' 역에는 오랫동안 팬이었던 공효진을, 외로운 섬 같은 둘째 '영주' 역에는 영화 '유령'에서 인상 깊었던 박소담을 염두에 두었고, 셋째 딸 '동주' 역의 이연은 독립영화 '담쟁이'와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보여준 에너지를 잊지 못해 노트에 적어둔 뒤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영화의 중심을 잡는 막내 '경주' 역 역시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황현정 배우가 낙점됐다. 센 캐릭터 뒤에 숨겨진 단발머리 교복 차림의 사진을 보는 순간 김 감독은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하고 환영 같은 '경주'의 인상을 직감했고, 연출 의도는 스크린에 완벽히 구현됐다.
노개런티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변요한의 열연도 빛을 발했다. 가해자 백상현은 감독 본인의 내면에서 끌어올릴 지점이 없어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충동형 범죄자의 특성을 모티브로 삼아 변요한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인물을 완성해 나갔다. 당시 실제로 발을 다쳐 목발을 짚고 미팅에 나타났던 변요한은 다리를 저는 설정부터 머리를 잘 감지 않는 디테일까지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백상현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장면도 일부 촬영해 두었으나, 슬픔의 깊이를 전해야 하는 영화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가족들의 정서와 감정을 담아내는 데 공을 들였다.
김미조 감독은 이번 영화가 자신에게 오랫동안 품어온 가족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풀어내는 일종의 '살풀이'였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들이 작은 위안과 행복을 얻어가길 바란다는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있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과 함께 한국영화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으로 8월 26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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