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프로그램(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입장권 부정구매·판매를 규제하고 판매금액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정 공연법이 오늘(28일)부터 시행된다. 처벌 대상과 제재 수단을 확대한 개정법이 암표 거래를 뿌리 뽑는 데 실효성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정부가 공연·스포츠 분야 암표 시장 규모를 연간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할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졌지만, 이를 막을 법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존 공연법은 매크로로 입장권을 구매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만 금지했다. 실제 단속 과정에서 매크로 사용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웠고, 매크로를 쓰지 않은 암표 거래는 법망 밖에 놓여 있었다.
개정법은 재판매할 목적으로 최초 판매자가 정한 공정한 구입 과정을 우회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구매로 규정했다. 최초 판매자의 동의 없이 입장권을 구입가보다 비싸게 상습 또는 영업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도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규제한다.
부정구매·판매를 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사처벌 수위는 종전과 같지만 과징금과 몰수·추징 등 경제적 제재 수단이 새롭게 마련됐다.
부정판매자에게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정구매·부정판매로 얻은 이익은 몰수하거나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으며, 부정행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 공연 현장에 암표매매 단속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업계도 감시망 강화…실효성은 ‘시험대’
공연업계는 암표가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법 시행을 환영하고 있다. 내달부터 연말 콘서트 티켓 예매가 본격화하는 만큼 개정법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업계도 암표 적발과 신고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암표 모니터링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는 인공지능(AI)과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적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국내외 중고 거래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살피며 부정거래 정황을 수집할 계획이다. 고기호 음공협 회장은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신고를 통해 실질적인 처벌 사례가 만들어지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 시행만으로 암표가 곧바로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부정판매가 성립하려면 ‘상습 또는 영업’ 목적의 거래인지 판단해야 하지만 법률에는 횟수나 가격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존 판례를 토대로 판매가격과 횟수, 지속적인 판매 의도, 초과이익 추구 여부 등을 살펴 사회 통념상 상습·영업적 판매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개 게시물에는 정가 이하의 가격을 표시한 뒤 비공개 메시지나 별도 계좌를 통해 웃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거래가 폐쇄형 SNS나 해외 플랫폼으로 숨어들면 판매자 신원과 실제 거래금액을 확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여러 가수가 출연하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원하는 가수의 무대를 본 관객이 공연 도중 손목띠를 정가 이하로 되파는 이른바 ‘분철’ 거래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위원)는 “법 시행 초기에는 부정거래를 적발해 처벌까지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처벌 사례를 꾸준히 축적해 암표 거래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