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로 '역진출'하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 [N초점]

연예

뉴스1,

2026년 8월 30일, 오전 09:20

쿠팡플레이 '안나'(왼쪽), '봉주르빵집' 포스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들이 지상파로 '역진출'하고 있다.

MBC는 최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극본/연출 이주영)를 TV에서 방영 중이다. 지난 2022년 오픈된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유미(수지 분)의 이야기를 다운 작품으로, 공개 당시 높은 완성도 덕분에 호평받았다. 이후 '안나'는 약 4년 만에 MBC를 통해 방영되며 더 많은 대중과 만나게 됐다. 지난 23일 1~2회 연속 방송된 '안나'는 5.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 최근 두 달여 동안 같은 시간대 방송된 타 콘텐츠들이 기록한 1~2%대 시청률을 훨씬 웃도는 성적을 거두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MBC는 OTT 콘텐츠들을 가장 먼저, 또 적극적으로 지상파에 공개하고 있는 방송사다. 지난 2024년엔 디즈니+(플러스) 인기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극본 강풀/연출 박인제, 박윤서) 시즌 1을 편성해 4%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엿봤다. 이듬해에는 디즈니+의 또 다른 시리즈 '카지노'(극본 강윤성/연출 강윤성, 남기훈)를 프라임 타임에 편성했다. 시즌 1은 금토드라마로, 시즌 2는 일요드라마로 방송됐다. 당시에도 화제작이었던 '카지노'는 4%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같은 해에는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를 편성하기도 했다.

그 후 MBC는 올해 7월 디즈니+의 또 다른 인기작인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 1을 금토드라마로 편성했고, 8월부터 '안나'를 매주 일요일 TV에서 방영하며 MBC로 '역진출'하는 OTT 콘텐츠를 확장하는 추세다. 특히 이렇게 방영되는 드라마들은 4~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KBS 역시 OTT 콘텐츠 역진출 실험에 나섰다. 드라마가 아닌 예능을 택한 KBS는 지난 5일부터 매주 수요일 KBS 2TV에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봉주르빵집'을 방영 중이다. 8부작 예능 '봉주르빵집'은 올해 5~6월 쿠팡플레이에서 전편이 공개된 뒤, 약 두 달 후 지상파에 편성돼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디즈니+ '카지노' 포스터

OTT 콘텐츠들이 지상파 방송사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사들은 한 차례 검증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KBS 관계자는 "(OTT 콘텐츠 편성의) 가장 큰 목적은 콘텐츠 경쟁력 확대와 시청자 접점 확장"이라며 "OTT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보다 폭넓은 시청자에게 선보임으로써 콘텐츠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동시에 KBS가 자체적으로 제작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편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MBC 역시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완성도와 화제성을 갖춘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고자 한다"라며 "OTT를 이용하지 않거나 해당 작품을 접하지 못했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청 기회를 제공하고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 좋은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라고 설명했다.

방송사들은 추후에도 이 같은 협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MBC 관계자는 "콘텐츠의 경쟁력과 채널과의 적합성, 시청자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플랫폼 및 콘텐츠 사업자와의 협업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두고 있다"라며 "자체 제작 콘텐츠 중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청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KBS 측도 "향후에는 OTT와 지상파가 각각 잘할 수 있는 영역을 결합한 공동제작, 공동 편성 등 새로운 콘텐츠 협력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OTT에도 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한 OTT 관계자는 "OTT가 방송사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단순한 판권 판매를 넘어 작품의 도달 범위를 넓히고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작품성이 검증된 콘텐츠는 TV를 통해 새로운 시청자를 확보하고, 이후 OTT 내 재시청과 후속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포스터

물론 이 같은 협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다. 초반에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OTT 콘텐츠를 편성하는 것을 두고 'OTT 재방송 채널이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방송사와 OTT 간 협업이 꾸준히 이뤄지고 성과도 내면서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OTT 콘텐츠의 역진출에 대해) 시간이 흐를수록 플랫폼 간 경계를 넘어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송 모델로 인정하는 반응"이라고 했으며, 또 다른 업계인은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콘텐츠 확보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바라본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자사 콘텐츠와의 차별성, 공영성, 편성 경쟁력, 시청자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면서 단계적으로 선별하여 차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OTT 콘텐츠의 지상파 '역진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때 지상파 채널들과 OTT는 경쟁 관계였지만, 이젠 방송사에서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콘텐츠 수급이 쉽지 않아져 이들의 입장에서는 시청층이 맞는 OTT 콘텐츠들을 방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지난해 MBC에서 방영한 '카지노'의 경우 중장년층이 관심 있을 만한 작품인데, 지상파에서 방영하면서 타깃 층에게 훨씬 접근성이 좋아졌다, 그래서 잘 될 수 있었고 이런 성공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OTT 콘텐츠의 '지상파 역진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전에는 지상파 방송사들끼리 똘똘 뭉쳐 글로벌 OTT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SBS가 넷플릭스와 손잡으며 다른 방송사 역시 각자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해야 했다"라며 "OTT 콘텐츠의 역진출 역시 그 일환이다, 지상파 방송사들 입장에서도 직접 제작하는 것보다 대중이 선호할 만하고 이미 검증된 OTT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라고 덧붙였다.

정 평론가는 "사실 부정적으로 보면 이전에 케이블 채널들이 지상파의 프로그램들을 구입해 틀어주는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이젠 그런 것들이 무의미해졌다, 방송사들 역시 살아남는 게 중요하고 OTT를 구독하지 않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그간 볼 기회가 없었던 콘텐츠들을 지상파를 통해 볼 수 있다면 좋은 것"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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