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월) 방송된 '결혼 지옥' 183회에서는 아내의 독특한 생활 방식과 부부 사이에 오랫동안 쌓여온 갈등이 공개됐다.
아내는 새벽 3시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화려한 화장과 높은 통굽, 헤어 두건으로 완성한 강렬한 스타일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행용 가방을 연상케 하는 큰 가방 안에는 화장품이 가득했고, 아내는 34년 전부터 사용해온 화장품을 얼굴에 여러 겹 바르며 외출 준비를 했다.
머리카락 역시 30년 이상 자르지 않은 상태였다. 수많은 헤어핀을 이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 아내는 잠자리에 들 때도 화장을 지우지 않았다. 과거 한 차례 맨얼굴로 잠든 경험을 떠올리며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 그는 이후 수십 년 동안 화장을 지우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내의 독특한 삶은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덤프트럭을 운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동시에 새빨간 스포츠카와 대형 바이크를 취미로 즐기고 있었다. 트레일러와 굴착기, 지게차 자격증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여줬다.
남편과 충분한 상의 없이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등 위험한 취미를 계속하는 아내에 대해 남편은 이미 말리는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내를 "자기 멋에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아내 역시 "위험하게 움직이면 다른 생각이 안 든다. 죽으면 죽는 거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를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아내가 위험한 행동을 통해 무엇인가를 잊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내가 오랫동안 맨얼굴을 감춰온 배경에는 어린 시절 겪은 큰 상처가 있었다. 다섯 살 무렵 아버지가 직접 만든 독한 연고를 얼굴에 바르면서 피부가 손상됐고, 그 흔적은 목까지 이어지는 흉터로 남았다.
학교에서 짝꿍을 정하는 날이면 아무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는 아내는 결국 19세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오은영 박사는 의사가 아닌 아버지가 직접 만든 약을 사용한 것은 "무시무시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체 일부에 있는 결함을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 부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신체이형장애'를 언급했다. 아내가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처럼 짙은 화장을 하는 것 역시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내의 화장이 더욱 짙어진 데에는 결혼 이후 겪은 또 다른 상처도 있었다.
19세에 임신한 상태로 시댁에 들어간 아내는 시어머니로부터 얼굴의 흉터 때문에 집안에 액운을 가져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시동생이 세상을 떠나자 시누이 역시 "네가 잘못 와서 동생이 죽었다"며 책임을 아내에게 돌렸다.
이후 시댁 식구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아내는 실제로 자신의 존재 때문에 집안에 불행이 이어진 것은 아닌지 오랜 시간 죄책감에 시달렸다. 세상을 떠난 시동생이 꿈이나 환영처럼 나타날 때마다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고, 이를 견디기 위해 술에 의지하거나 자신을 해치는 행동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아내는 이 같은 고통을 남편에게조차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다. 과거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맞은 뒤로는 큰 소리만 들려도 무언가 자신에게 날아올 것 같아 두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아내의 과거를 처음 들은 남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는 "지나간 일을 지금 와서 어쩌겠느냐"며 아내의 상처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고, 심지어 "말로 설득해도 안 되면 맞아야 한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오은영 박사는 단호했다. "배우자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과거의 폭력이 단 한 차례였더라도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편이 시댁 식구들의 말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다면 아내에게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한 것은 잘못이다. 당신 잘못은 없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도에게 피해를 입은 아이의 상처를 예로 들며 남편에게 반복해서 설명했지만, 남편의 태도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상담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오은영 박사 역시 이번 부부의 상담이 역대급 난도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은 부부의 사전 상담 영상에서 나타났다.
남편에게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아내의 건강"이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도 아내와 함께 일을 할 때라고 답했다.
그동안 무뚝뚝한 태도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던 아내는 남편의 진짜 속마음을 처음 확인하고 눈물을 쏟았다. 그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면 평생 남편의 마음을 모르고 살 뻔했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에게 지금까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써왔던 '가면'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편에게는 아내가 마음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안전기지가 되어주고, 자신의 감정 역시 숨기지 말고 표현해달라고 당부했다.
상담의 마지막 순간 남편은 아내를 향해 "당신은 옛날에도 예뻤고 지금도 예쁘다. 흉터가 있든 없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아내 역시 먼저 사과하고 화를 내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하며 서로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강렬한 화장과 겉으로 드러나는 강한 모습으로 상처를 숨겨왔던 아내, 그리고 무뚝뚝함 뒤에 진심을 감춰왔던 남편. 오랜 시간 서로에게 닿지 못했던 두 사람은 결국 상대방의 속마음을 확인하며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십 년간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숨겨온 부부가 처음으로 서로의 진심을 마주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혼 지옥'은 갈등의 원인을 넘어 관계 회복의 가능성까지 보여준 방송이었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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