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영화 '제로 미츠 히어로'(왼쪽)와 '굿 보이 곤 베스트' 포스터.(사진=CJ ENM)
하반기 흥행을 이끄는 중심에는 ‘제로 미츠 히어로’가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이 작품은 17일 만에 누적 관객 222만 명, 매출 652만 달러(약 87억 원)를 넘어섰고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참전용사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코미디와 초자연적 요소, 서스펜스를 결합해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인 장르물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CJ ENM은 지난해 ‘앤세스트럴 홈’으로 흥행 성과를 냈던 휜 렙 감독과 다시 손잡으면서 현지 창작자와의 협업을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적인 제작 관계로 확장했다. 특정 장르나 스타에 의존하기보다 현지 감독과 소재를 중심으로 반복 가능한 흥행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굿 보이 곤 베스트’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개봉 10일 만에 56만 명의 관객과 172만 달러(약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베트남 관객에게 친숙한 가족과 교육이라는 소재를 성장 코미디로 풀어내면서 ‘제로 미츠 히어로’와 함께 하반기 극장가를 이끄는 두 축으로 자리 잡았다.
상반기에는 호러 장르에서 뚜렷한 기록을 남겼다. ‘피퐁: 블러드 데몬’은 최종 242만 명, 717만 달러(약 96억 원)를 기록하며 베트남 로컬 호러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마쏘: 포비든 리츄얼’도 183만명, 513만 달러(약 68억 원)를 기록해 같은 부문 역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마쏘: 포비든 리츄얼’은 신인 감독과 신예 배우를 중심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미 검증된 흥행 인력에 기대기보다 새로운 창작자를 발굴해 상업적 성과까지 연결했다는 점에서 CJ ENM이 현지 인재 육성과 콘텐츠 개발 기반까지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간의 성적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더 하우스 오브 노 맨’은 당시 베트남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이듬해 ‘마이’가 다시 그 기록을 넘어섰다. 2025년에는 ‘앤세스트럴 홈’이 역대 흥행 7위에 진입했다. 올해는 호러뿐 아니라 휴먼 드라마와 가족 코미디까지 흥행 장르를 넓히면서 성과의 폭을 확장했다.
CJ ENM의 베트남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 콘텐츠를 현지에 수출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2011년 ‘퀵’ 배급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4년부터 로컬 영화 기획과 제작에 본격적으로 참여했고, 이후 현지 관객의 취향과 정서를 반영한 작품을 직접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바꿔왔다.
결국 최근의 흥행은 ‘한국 콘텐츠의 베트남 진출’보다는 ‘베트남에서 만든 콘텐츠를 함께 키우는 구조’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지 이야기를 현지 창작자와 함께 개발하고,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 반복적인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CJ ENM은 이제 베트남에서 성공한 지식재산권(IP)을 다시 한국과 미국 등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는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과거 한국 IP를 해외에서 리메이크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베트남에서 먼저 흥행 가능성을 입증한 현지 IP를 다른 국가에서 재해석하는 역방향 확장까지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김현우 CJ HK 엔터테인먼트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축적한 현지화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꾸준히 발굴해온 것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현지에서 성공한 IP를 한국과 미국 등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고, 아시아 각 지역의 창작자들과 협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오리지널 IP를 계속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