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돌려드립니다"…'PD수첩', 주 4일제가 가져올 변화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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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2026년 September 14일, PM 02:08

주 5일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한국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OECD 최상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33시간으로 OECD 38개국 가운데 6번째로 길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그리스, 이스라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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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주 4일제’다. 단순히 근무일을 하루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높은 성과를 내도록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MBC ‘PD수첩’은 ‘주 4일제, 하루를 돌려드립니다’를 통해 주 4일제를 둘러싼 국내외 실험과 현실적인 과제를 살펴본다. 일터에 내어주던 하루를 되찾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또 그 하루를 누구나 누리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짚는다.

노동과 수면 사이, 사라지는 나만의 시간


지난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376명이다. 이 가운데 과로와 연관된 뇌·심혈관 질환으로 숨진 노동자는 408명에 달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연구해 온 스페인 발렌시아대학교 주안 산치스 교수는 한국의 ‘과로사’라는 표현을 접하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스페인에는 이와 같은 개념의 단어 자체가 없다는 설명이다.

장시간 노동은 단순히 근무시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과 수면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면서 개인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재량 시간’이 부족해지는 이른바 ‘시간 빈곤’으로 이어진다.

맞벌이 부부의 하루는 분 단위로 쪼개지고, 직장인들은 집과 일터를 오가는 것만으로 하루를 소진하기도 한다. 출근해서도, 퇴근한 뒤에도 자신을 돌볼 여유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하루를 줄인 기업들


주 4일제는 여전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나 가능한 제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서도 업무 효율을 높여 휴일 하루를 확보한 기업들이 있다.

대구의 한 IT 기업은 불필요한 회의와 형식적인 결재 및 보고 등 업무의 핵심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가짜 노동(pseudo work)’을 줄이기 위해 업무와 일정을 공유하는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시간을 줄인 결과 하루의 휴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기도의 한 자동문 제조기업은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했고, 세종시의 식품 제조기업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일제를 현실화한 사례다.

해외에서는 보다 대규모의 실험도 진행됐다.

2022년 영국에서는 61개 기업과 약 2,900명의 노동자가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제 실험이 진행됐다. 실험 기간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감소했고 기업 매출에도 큰 타격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 종료 이후에도 참여 기업의 90%가 주 4일제를 계속 시행했다.

2023년에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도시 전체가 한 달 동안 주 4일제에 참여했다. 시민들의 건강 상태가 개선됐고 도심의 대기오염도 감소했다. 주 4일제로 도시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른 결과였다.

‘PD수첩’이 취재한 여러 사례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반드시 성과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업무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면서 노동자의 삶까지 개선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병원도 가능할까…세브란스병원의 실험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병원에서 주 4일제는 더욱 어려운 과제로 여겨진다. 특히 높은 업무 강도에 놓인 간호사들에게 근무일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은 2023년부터 간호사를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3년 미만 간호사의 사직률은 19.5%에서 7%로 크게 떨어졌으며 병가 일수 역시 감소했다. 업무에 지친 간호사들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직장 만족도뿐 아니라 환자 돌봄의 질도 함께 높아졌다.

하지만 주 4일제는 단순히 근무표에서 하루를 지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3년에 걸친 노사 합의가 필요했고, 대체인력 확보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도 감수해야 했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했던 셈이다.

모두가 하루를 누리려면


주 4일제가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과정에는 또 다른 고민도 존재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추가 인력 고용과 업무 시스템 개선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곳에서만 제도가 확산된다면 노동시간을 둘러싼 새로운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주 4일제는 단순히 노동시간을 몇 시간 줄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일터에 내어주던 하루를 되찾을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리고 되찾은 하루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주 4일제의 핵심은 ‘하루를 쉬는 제도’가 아니라 생산성과 노동환경을 함께 바꾸면서 누구에게나 삶의 시간을 돌려줄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MBC ‘PD수첩’의 ‘주 4일제, 하루를 돌려드립니다’는 오는 15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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