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도 투자 못 받았다”… 묻힐 뻔한 ‘가능한 사랑’ 살린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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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4일, PM 06:13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세계적인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작조차 국내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가능한 사랑’은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제작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글로벌 플랫폼의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그리고 그 영화는 제83회 베네치아(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품었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지금 한국영화 투자시장이 처한 현실과 새로운 제작 구조를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사진=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사진=넷플릭스)
◇투자 막힌 거장의 신작…기다려준 자본

이 감독은 당초 ‘가능한 사랑’을 극장 영화로 만들기 위해 국내 투자자를 찾았다. 그러나 제작비 상승과 극장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작품은 쉽게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작품에 관심을 보였던 넷플릭스는 이 감독이 극장 투자를 찾는 동안 기다렸고, 이후 투자와 제작에 참여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열린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서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럼에도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투자자를 찾을 때도 기다려줬다”며 “감독으로서 독립성을 인정해줘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편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도 넷플릭스와의 작업 경험을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그는 넷플릭스가 시나리오를 읽은 뒤 곧바로 협업을 제안했고, 제작 전 과정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제작비만 댄 것은 아니다. 서울 오피스의 프로덕션 지원 인력이 제작 전반에 참여했고, 충분한 제작 기간과 창작자 중심의 환경이 뒷받침됐다. 국내 투자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돈을 대는 투자자’보다 ‘기다려주는 제작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결과 ‘가능한 사랑’은 베네치아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잇달아 받았다. 한때 제작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영화가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주역들.(사진=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주역들.(사진=넷플릭스)
◇제작에서 끝나지 않았다…베니스 이후 오스카로

넷플릭스의 역할은 작품 완성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조직을 활용해 아카데미 캠페인을 총괄하며 전략 수립과 예산, 현지 시사회, 광고, 이벤트, 프로모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베네치아 이후에도 토론토·뉴욕·부산·런던 등 주요 영화제를 거치며 작품의 노출을 이어갈 예정이다. 약 1만 1000명의 아카데미 회원 투표로 후보가 결정되는 만큼, 작품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현지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 역시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VP는 “이 감독만의 시선과 세계 최고의 배우, 제작진의 노력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인정받아 무척 기쁘다”며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의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다양한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더 많은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원은 ‘가능한 사랑’ 한 편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시작으로 ‘낙원의 밤’, ‘사냥의 시간’, ‘길복순’, ‘로기완’, ‘굿뉴스’, ‘파반느’ 등으로 한국영화와 협업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미쟝센단편영화제와 들꽃영화상 후원 등을 통해 독립·단편영화까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가능한 사랑’이 보여준 건 플랫폼의 승리라기보다 한국영화 제작 구조의 변화다. 국내에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던 작품이 글로벌 플랫폼을 만나 완성됐고, 베네치아 수상에 이어 오스카 레이스까지 이어졌다. 극장과 스트리밍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문제보다 좋은 영화가 제작 단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이 감독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그는 “극장용 영화와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국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그 안에서 영화들이 어떻게 관객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이 걸어온 과정은 지금 한국영화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답이 되고 있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극장 개봉,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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