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재방송 창구됐다”…드라마 ‘본방’ 자리 꿰찬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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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5일, PM 05:13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본방송은 TV에서 본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먼저 공개된 드라마를 TV가 뒤늦게 받아 방송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과거 TV가 ‘본방’, OTT가 ‘다시보기’ 창구였다면 이제는 OTT가 첫 공개를 맡고 TV가 추가 시청층을 확보하는 후속 플랫폼으로 역할을 바꾸는 모습이다.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왼쪽)와 '유미의 세포들3' 포스터.(사진=티빙)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왼쪽)와 '유미의 세포들3' 포스터.(사진=티빙)
◇OTT가 ‘본방’, TV는 후속 창구로

최근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티빙에서 2회씩 먼저 공개한 뒤 나흘 뒤인 월·화요일 tvN에서 한 회씩 방송한다. 15일 tvN에서 방송된 1회는 전국 기준 3.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OTT 이용자는 이미 1·2회를 본 상황에서 TV 시청자들이 뒤늦게 첫 회를 접하는 구조다.

올해 4월 공개된 ‘유미의 세포들 시즌3’도 비슷했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티빙에서 2회분을 한꺼번에 공개한 뒤 같은 날과 다음 날 tvN에서 한 회씩 나눠 방송했다. OTT와 TV의 동시 유통을 유지하면서도 공개 속도에서는 OTT에 우선권을 준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OTT에서 공개가 끝난 지 수년이 지난 작품을 TV가 다시 편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MBC는 지난달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를 TV 최초로 선보였다. 2022년 공개된 작품이 약 4년 만에 지상파에 입성한 것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5.2%로, 같은 시간대에 앞서 편성됐던 일부 콘텐츠의 1~2%대 성적을 웃돌았다. OTT에서 이미 검증된 작품이 TV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준 셈이다.

MBC는 앞서 디즈니플러스 ‘무빙’과 ‘카지노’를 편성했고, 올해 7월에는 2024년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을 금토 시간대에 방송했다. 특히 ‘킬러들의 쇼핑몰’은 후속 시즌 공개를 앞두고 시즌1을 TV에서 다시 보여주는 방식으로, 기존 작품의 복습과 새 시즌 홍보를 동시에 노렸다.

tvN도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 시즌1·2를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편성했고, 지난해 티빙에서 먼저 공개된 ‘친애하는 X’ 역시 올해 6월 TV로 옮겨왔다. OTT 안에서 수명을 다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 다시 한 번 생명력을 얻는 ‘2차 유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방송사와 OTT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미 완성도와 화제성이 검증된 작품을 수급하면 신작 제작에 따른 비용과 흥행 실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제작 일정 지연이나 라인업 부족으로 생기는 편성 공백을 메우는 데도 효율적이다.

실제로 방송업계의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5년 방송광고 매출은 2조 134억 원으로 전년보다 12.3% 감소했고, 지상파 광고 매출은 17% 줄어든 6936억 원에 그쳤다. 광고 수익은 줄어드는데 제작비 부담은 여전한 상황에서 검증된 외부 콘텐츠를 사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 셈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방송사는 위험 줄이고, OTT는 작품 수명 늘리고

OTT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OTT 관계자는 “구독자만 볼 수 있던 작품을 TV를 통해 더 넓은 연령층에 노출할 수 있고, 작품과 플랫폼 자체를 다시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미 공개가 끝난 콘텐츠를 추가 유통해 지식재산권(IP)의 수명을 늘리는 동시에 후속 시즌이나 연관 작품으로 신규 이용자를 끌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MBC 방송 이후 4년 된 작품이 다시 관심을 받으며 쿠팡플레이 내에서도 재조명됐다. TV가 OTT 콘텐츠의 ‘재방송 창구’가 되는 동시에 역으로 원래 OTT로 시청자를 돌려보내는 홍보 채널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결국 콘텐츠 유통의 기준도 ‘어디에서 처음 방송하느냐’보다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소비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특정 플랫폼에 묶어두기보다 OTT에서 먼저 화제성을 만들고 TV로 대중성을 넓힌 뒤 다시 원 플랫폼으로 관심을 돌리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모든 OTT 콘텐츠가 TV에 그대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OTT는 방송 심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폭력성과 선정성, 러닝타임 등에서 지상파 편성 기준과 차이가 있다. 방송 관계자는 “실제 TV 편성 과정에서는 일부 장면을 편집하거나 회차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부담도 뒤따른다”며 “업계에서는 OTT와 TV의 경계가 무너질수록 방송용 재편집과 등급 조정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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