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폭발 호러버스터…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봤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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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7일, AM 01:16

‘봤어영’은 화제의 영화를 직접 보고, 솔직한 감상과 관람 포인트를 전하는 리뷰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레지던트 이블’이 새롭게 돌아왔다. 이름만 빌린 리부트가 아니다. 게임이 줬던 공포와 긴장,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본능적인 몰입감을 스크린 위에 제대로 옮겼다. 놀랄 새도 없이 다음 위기가 닥치고, 한 고비를 넘기면 더 센 공포가 기다린다. 긴장과 쾌감을 쉴 새 없이 밀어붙이는 ‘도파민 폭발 호러버스터’의 탄생이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의 한 장면.(사진=소니 픽쳐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의 한 장면.(사진=소니 픽쳐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의료 택배 기사 브라이언(오스틴 에이브람스)이 긴급 배달을 위해 심야의 라쿤 시티 종합병원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도로 위에서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닥뜨린 순간부터 그의 밤은 생존 게임으로 바뀐다. 기존 영화 시리즈와 세계관을 끊고, 원작 게임 ‘바이오하자드’의 서바이벌 호러 감성에 다시 집중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쉽고 빠르다는 점이다. 복잡한 설명이나 과도한 인물 관계를 걷어내고 브라이언이 살아남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하나의 위기를 넘기면 새로운 공간과 적이 등장하고, 무기도 권총에서 산탄총, 기관단총으로 진화한다. 마치 게임 속 퀘스트를 하나씩 깨며 레벨업하는 듯한 쾌감이 있다. 도로와 헛간, 농가, 폐터널, 캠핑카, 뒷골목, 하수구 등 공간도 7~8분 간격으로 빠르게 바뀐다. 한 공간에 익숙해질 만하면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고, 공포의 강도까지 덩달아 올라간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포스터.(사진=소니 픽쳐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포스터.(사진=소니 픽쳐스)
카메라도 게임의 문법을 적극 끌어온다. 브라이언의 어깨 너머를 따라붙는 숄더뷰와 1인칭에 가까운 시점을 오가며 관객을 인물 바로 뒤에 세워둔다. ‘저 문을 열어도 될까’, ‘저 어둠 속에 뭔가 있지 않을까’라는 원초적인 불안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듯한 감각이 살아 있다.

공포의 강도와 완급 조절도 탁월하다. 점프 스케어라는 호러의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한 차례 크게 놀라게 한 뒤 유머로 긴장을 풀어놓고, 방심한 순간 다시 공포를 들이민다. 웃다가 놀라고, 놀란 뒤 다시 웃게 만드는 리듬이 이어지면서 공포의 진폭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오스틴 에이브람스의 캐스팅도 탁월했다. 브라이언은 영웅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인물이다. 겁도 많고 허둥대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다. 그 어설픔과 절박함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관객이 브라이언을 바라보기보다 브라이언과 함께 도망치는 듯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의 한 장면.(사진=소니 픽쳐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의 한 장면.(사진=소니 픽쳐스)
무엇보다 ‘바바리안’과 ‘웨폰’으로 할리우드 호러계에서 존재감을 키운 잭 크레거 감독의 집요한 연출이 돋보인다. 한 번 붙잡은 관객을 거머리처럼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공포를 세게 밀어붙일 때와 한 박자 쉬어갈 때를 정확히 알고, 그 사이사이에 유머를 섞어 긴장을 조율한다. 게임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게임을 할 때 느꼈던 긴장과 몰입을 영화적 체험으로 번역했다.

결국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이 되살린 건 게임의 이야기가 아니라 ‘플레이하는 재미’다. 한 장면을 넘기면 또 다른 공포가 기다리고, 영화는 끝까지 관객을 다음 스테이지로 끌고 간다. 새롭게 돌아온 ‘레지던트 이블’의 출발로 부족함이 없다. 잭 크레거 감독 연출. 러닝타임 94분. 9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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