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의료 택배 기사 브라이언(오스틴 에이브람스)은 긴급 배달을 맡아 심야에 라쿤 시티 종합 병원으로 향한다. 눈발을 헤치며 가던 중 갑자기 차로 뛰어든 누군가를 치게 되고, 죽은 줄 알았던 이가 다시 그를 덮쳐온다. 하나인 줄 알았던 정체불명의 존재들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통신마저 끊긴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무엇을 배달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눈앞에 닥친 존재들을 피해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데…과연 브라이언은 자신의 목숨을 지킨 채로 물품을 제대로 배달해낼 수 있을까.
▶비포스크리닝
인기 게임 프랜차이즈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하는 '레지던트 이블'이 돌아왔다. 카야 스코델라리오를 주연으로 내세운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이후 5년 만에 시도되는 리부트로, 전작이 원작 스토리에 충실한 형태로 제작됐다면 이번엔 완전히 독립된 세계관 속에 '바이오하자드'의 설정을 풀어냈다. 레온, 질 발렌타인 등 원작 게임 속 유명 캐릭터들은 등장하지 않으며 시간대도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2020년대로 구성됐다.
이번 리부트가 유독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장 이유 중 하나는 '바바리안' '웨폰' 등으로 호러 영화계에 새 지평을 연 잭 크레거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 단 400만 달러가 투입된 '바바리안'으로 10배가 넘는 수익을, '웨폰'을 통해선 2억7,000만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한 주인공인 만큼, 과연 그가 새롭게 선보일 '레지던트 이블'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 작품의 제작비는 '웨폰'의 약 2배 정도인 8,000만 달러로,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스틴 에이브럼스가 주인공 브라이언 역으로 활약했다.
▶애프터스크리닝
영리한 리부트다. 다채로운 오마주 신을 통해 원작을 향한 존중을 표하면서도,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 잭 크레거 감독만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오리지널 크리쳐를 전면에 내세우며 진입 장벽을 확 낮췄다. 기존 팬들은 물론, '바이오하자드' 세계관을 모르는 유입 관객들도 만족할 만한 신선한 오락 좀비물이 완성됐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가지각색의 오마주 장면을 티 나지 않게 교묘히 녹여냈다는 점. 원작 팬들을 배려하다 자칫 어색하거나 튀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으나, "저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느낌만 들 정도로 가볍고 산뜻하게 담아냈다. 자동차에 치이는 좀비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총알을 찾기 위해 온 서랍을 뒤지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작품을 주의 깊게 지켜보다 보면 원작을 향한 존중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촬영 방식도 원작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특유의 숄더뷰 시점으로 카메라를 비추는가 하면, 주인공이 들고 있는 총기에 카메라를 달아 FPS 게임과 같은 1인칭 시점을 구현했다. 방 문을 열고 내부를 살펴보는 신에서는 더더욱 게임에 가까운 감성을 풍긴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손잡이에 손을 올린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뒤 방 안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동선을 이어갔겠지만,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문을 여는 순간부터 내부를 천천히 스캔하는 모습까지 모두 1인칭 시점으로 담아내며 게임의 색채를 짙게 살렸다.
좀비물 특성상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의 수위는 꽤나 높은 편이다. 다만 주된 초점이 실사 영화의 현실감보다는 게임적 연출에 맞춰져 있는 덕인지, 아무리 기괴하고 잔혹한 장면이 등장하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기보단 오락적으로 소비하고 넘길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의 텐션 자체가 가볍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 역시 이 부분에 힘을 보탠다.
그렇다고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에 아쉬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서스펜스를 형성하는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이 헛헛함을 남긴다. 점프 스케어나 갑작스럽게 터트리는 사운드 등 호러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일차원적 연출에 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간 예측을 벗어난 전개와 구도로 관객들을 매번 놀라게 한 잭 크레거 감독인 만큼, 조금 더 실험적인 도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완성도만큼은 이전 실사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만듦새를 자랑하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이다. 잭 크레거 감독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바바리안'은 속편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다르다. 이 이야기가 또 어디로 향할 수 있을지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과연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이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속편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17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94분, 쿠키는 없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소니픽처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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