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실낙원'의 연상호 감독은 현지 기준 9월 14일 오후 4시 공식 산업 프로그램 'TIFF Summit: Dialogues'에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특별 대담을 진행하며 현지 영화 관계자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것으로만 알고 있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다.
이번 대담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감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개최 전부터 주목받았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구축해온 연상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올봄 칸 영화제에 이어 가을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인연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작품 세계는 물론 창작 과정과 연출 방식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연상호 감독은 대담 시작부터 고레에다 감독을 향한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고레에다 감독님의 아주 빅팬이다. 첫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철이' 캐릭터는 '아무도 모른다'의 아키라를 보고 그렸고, '부산행' 촬영 당시에도 공유 배우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신작 '실낙원'이 탄생하게 된 과정도 소개했다. 연상호 감독은 “은퇴하신 어머니가 연습장에 쓴 세 페이지 분량의 글이 원안이 되었다”며 “그 세 페이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작업을 시작했고, 이야기의 정수만 압축해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실낙원'의 독특한 설정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자식을 잃고, 죽었다고 생각한 자식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부모로서 공포를 느끼게 하지만 이야기로서 매우 매혹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서운 요소들이 있는 이야기 중심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머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이며 작품이 가진 주제에 주목했다.
두 감독의 공통분모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2D 독립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연상호 감독과 최근 각색작 '룩백'에서 고전적인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고레에다 감독은 애니메이션 매체와 연출을 중심으로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룩백'을 각색하면서 펜 소리의 변화와 진화를 활용해 작품만의 리듬을 만들어낸 경험을 전했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촬영 과정에서 자연물의 우연한 순간을 포착해 작품에 담아내는 고레에다 감독의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서양화를 전공하던 시절 중요하게 여겼던 물감의 질감인 ‘마티에르(Matière)’를 언급하며 자신의 연출 방식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서양화를 전공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물감의 질감인 ‘마티에르(Matière)’처럼, 계획된 프레임을 넘어 우연을 살려 영화를 찍을 수 있음을 느꼈다. 앞으로의 10년은 이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실낙원'이라는 제목과 작품의 주제에 대한 대화에서는 인간 내면에 자리한 어두운 면을 바라보는 두 감독의 시선이 맞닿았다.
연상호 감독은 존 밀턴의 '실낙원' 모티프와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가의 문장을 언급하며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최초의 인류가 낙원에서 추방당해 불완전의 세계로 들어오며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듯, 인간 마음속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는 비극이 오히려 인간적이어서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에 공감을 표하며 연상호 감독의 전작 '얼굴'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인간 안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바라보는 시각이 싹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에 대해 “존경했던 아버지 안의 죄를 파헤치고 그것이 아들의 역할과 이중으로 겹쳐 보이는 구조 속에서 인물의 내면성을 영화로서 포착하려는 시선이 매우 스릴 넘치고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각색 과정부터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넘나드는 연출, 펜 소리와 ‘마티에르’로 설명되는 영화적 질감과 리듬,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두 감독의 시선까지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진솔한 대화가 이어진 가운데 현장을 찾은 글로벌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토론토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이어 'TIFF Summit: Dialogues' 대담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연상호 감독은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김현주, 배현성이 출연하고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리 스릴러 '실낙원'은 오는 10월 2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온 연상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화가 작품의 설정을 넘어 창작과 연출에 대한 고민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실낙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CJ ENM, WOW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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