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 명 잡는 데 1년… 요즘 드라마·영화는 ‘캐스팅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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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7일, AM 11:50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배우 한 명을 캐스팅하는 데 1년. 영화 한 편의 주요 배우진을 꾸리는 데도 1년이 넘게 걸린다. 대본과 제작비를 갖추고도 원하는 배우를 섭외하지 못해 촬영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벌어진다. 영화와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이 한정된 배우들을 놓고 경쟁하면서 캐스팅이 콘텐츠 제작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드라마 '나의 유죄인간' 포스터.(사진=tvN)
드라마 '나의 유죄인간' 포스터.(사진=tvN)
16일 열린 tvN ‘크리에이터 톡 2026’에서도 이 같은 제작 현장의 분위기가 드러났다. 드라마 ‘나의 유죄인간’ 김호준 CP는 주연 임시완을 캐스팅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임시완은 그동안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배우다. 제작진은 오히려 이 점에 주목했다. 김 CP는 임시완에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로맨스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며 오랜 시간 설득했고, 결국 출연을 성사시켰다.

최근 개봉한 영화 ‘경주기행’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김미조 감독에 따르면 이정은이 가장 먼저 작품에 합류했지만 다른 주요 배우들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캐스팅을 완성하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 감독이 한때 “영원히 안 만들어질 줄 알았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긴 기다림 끝에 물꼬가 트이자 속도가 붙었다. 공효진과 박소담 등 주요 배우들이 약 두 달 사이 연달아 합류하면서 제작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정은은 작품에 먼저 올라탄 뒤 다른 배우들이 모일 때까지 1년 넘게 기다린 셈이다.

두 작품의 사례는 최근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캐스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투자와 편성 확보가 제작 성사의 대표적인 관문으로 꼽혔다면, 최근에는 원하는 배우의 출연 여부와 스케줄까지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

배우를 둘러싼 경쟁 무대가 넓어진 영향도 있다. 방송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OTT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제작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검증된 주연급 배우를 향한 수요가 겹친다. 인기 배우들은 차기작 일정이 일찌감치 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작품 입장에서는 배우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 '경주기행'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단순히 빈 일정을 찾는 것만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나의 유죄인간’처럼 기존 이미지와 다른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도록 배우를 설득해야 하는 작품도 있고, ‘경주기행’처럼 여러 주연 배우의 출연 의사와 일정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작품도 있다. 한 배우의 결정이 늦어지면 다른 배우의 일정과 전체 촬영 계획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배우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영화·방송·OTT를 오가며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만큼 대본뿐 아니라 캐릭터와 제작진, 촬영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차기작을 선택할 여지가 커졌다. 제작진으로서는 좋은 배우에게 대본을 건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왜 이 배우여야 하는지’, ‘이 작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까지 설득해야 한다.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은 좋은 대본과 제작 여건을 갖춰도 원하는 배우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예전에는 투자와 편성을 기다렸다면 요즘은 배우를 기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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