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네오’의 질주…NCT 127, 무대의 한계를 넘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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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0일, PM 07:19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엔진이 굉음을 내자 케이스포돔(KSPO DOME)이 순식간에 네온빛으로 물들었다. 붉은 조명과 레이저가 사방을 훑는 사이, 복잡하게 얽힌 와이어에 매달린 NCT 127 다섯 멤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불이 솟고, 거대한 구조물이 움직이고, 어느 순간 자동차까지 객석을 가로질렀다. 다음에는 또 무엇이 튀어나올지 궁금해지는 공연이었다.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다섯 번째 투어 ‘네오 시티: 서울 - 더 레드라인’(NEO CITY : SEOUL - THE REDLINE)의 서울 마지막 공연을 열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열린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약 3만 1500명의 관객을 모았다.

◇도영·정우 없지만… 다섯 명으로 꽉 채웠다

첫 곡 ‘레거시’(Legacy)부터 쉴 틈이 없었다. 와이어에 매달려 등장한 멤버들이 무대에 내려서자 묵직한 비트 위로 랩과 보컬이 연달아 쏟아졌다. ‘스텝 업’(Step Up)에선 긴 팔다리를 활용한 역동적인 안무가 시선을 잡았고, 불꽃이 터질 때마다 객석의 함성도 함께 치솟았다.

NCT 127 오프닝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오프닝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삐그덕’에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다섯 멤버가 중앙 무대를 여유롭게 누비자 팬들은 떼창에 안무까지 척척 따라 했다. 멤버들의 빈자리가 없을 수는 없었지만 무대가 허전하게 느껴질 틈은 없었다. 팬들의 목소리가 또 하나의 사운드가 돼 공연장을 채웠다.

대표곡이 이어지자 재미는 더 커졌다. ‘체리 밤’(Cherry Bomb)은 첫 소절부터 떼창이 터졌다. 릴레이 랩과 댄스 브레이크를 거쳐 마지막 시그니처 와이드 대형이 펼쳐지자 함성이 한층 커졌다. 태용이 새로 쓴 랩 브리지, 유타와 해찬이 머리를 맞대는 퍼포먼스처럼 곳곳에 새롭게 볼 거리도 심어뒀다.

NCT 127 '펀치'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펀치'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펀치’(Punch)는 음악을 ‘보는’ 재미를 제대로 살렸다. 무대 위에 레이저로 거대한 사각 링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멤버들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화염까지 솟구치자 실제 복싱 경기를 지켜보는 듯 긴장감이 높아졌다. ‘질주’(2 Baddies)에선 댄서들이 대거 무대에 합류했고, 컨페티까지 터지며 공연장이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했다.

마냥 세게 몰아붙이지만도 않았다. ‘낫 얼론’(Not Alone)과 ‘데이 애프터 데이’(Day After Day)에선 화려한 장치를 잠시 걷어냈다. 천천히 회전하는 중앙 무대 위에서 다섯 멤버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강한 퍼포먼스에 가려지기 쉬운 NCT 127의 보컬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구간이었다.

NCT 127 '팩트 체크'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팩트 체크'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어 ‘0 마일’(0 Mile)과 ‘서머 127’(Summer 127)이 시작되자 공연장 분위기는 또 한번 바뀌었다. 멤버들은 객석을 바라보며 장난을 치고 팬들은 익숙하게 노래를 받아 불렀다. ‘겟어웨이’(Getaway)에선 유타가 아예 무대에 누워 노래할 만큼 여유가 넘쳤다. 잘 짜인 공연을 보는 것을 넘어 NCT 127과 팬들이 함께 노는 자리라는 느낌이 강했다.

◇차 타고 등장해 불 끄고 또 부쉈다… 논스톱 질주

후반부는 더욱 화끈했다. ‘피냐타’(Pinata)가 시작되자 NCT 127은 독개구리 패턴을 입힌 험머 차량을 타고 객석 사이로 들어왔다. 차에서 내려 무대에 올라선 뒤에는 말 그대로 난장을 벌였다. 거칠게 뛰고 소리치며 에너지를 쏟아내자 팬들 역시 떼창으로 맞받았다.

NCT 127 '피냐타'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피냐타'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소방차’(Fire Truck)는 이날 공연의 재미를 집약한 무대였다. 뒤편 LED에는 불타는 도시가 펼쳐지고 실제 화염이 솟았다. 멤버들이 소화기를 들고 무대를 누비더니 마지막에는 워터 캐논까지 쏟아졌다. 거대한 발 모양 벌룬과 도영·정우 캐릭터까지 등장해 웃음을 더했다. 불을 질렀다가 직접 끄는 듯한 연출이 이어지는 동안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팩트 체크’(Fact Check)에선 거대한 팔 모양 구조물이 무대를 덮었고, 멤버들은 그 아래서 무대를 부술 듯한 박력으로 퍼포먼스를 몰아쳤다. 이미 한 차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순간 ‘영웅’(英雄; Kick It)이 이어졌다. 태용의 독무와 다섯 멤버의 칼군무, 드래곤 영상이 맞물리자 공연장은 다시 들썩였다. 몸이 부서질 듯 춤추는 멤버들과 목청껏 노래하는 팬들의 에너지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NCT 127 '영웅'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영웅' 무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이 모든 장치가 단순한 ‘스케일 자랑’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100여 대의 레이저와 화염, 워터 캐논, 키네시스 구조물, 리프트가 쉴 새 없이 등장했지만 곡보다 먼저 튀어나오지 않았다. 복싱을 소재로 한 ‘펀치’에는 링이, 불을 다루는 ‘소방차’에는 화염과 물이 붙는 식으로 곡의 성격을 극대화했다. 시스템 오류에서 탈출해 다시 질주한다는 공연 전체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무대 하나하나가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10년 차가 된 NCT 127의 여유는 멘트에서 더 잘 드러났다. 해찬은 오프닝 와이어 연출을 두고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안전하더라. 오늘은 편안하게 내려왔다”고 웃었다. 재현은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시간을 온전히 즐겨달라”고 말했다. 멤버와 팬 사이에도 이제는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통하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군 복무 중인 도영과 정우가 객석을 찾은 것도 특별한 장면이었다. 특히 도영은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떡을 준비했고,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즉석 ‘떡 먹방’까지 벌였다. 거대한 장치로 가득했던 공연에서 오히려 이런 소소한 순간이 NCT 127의 지난 10년을 실감하게 했다.

NCT 127 해찬(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해찬(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태용(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태용(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쟈니(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쟈니(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재현(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재현(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유타(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유타(사진=SM엔터테인먼트)
랩과 보컬,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이를 더 재미있게 보여주는 연출, 관객과 주고받는 여유까지 갖췄다. NCT 127이라 쓰고 ‘육각형’이라 읽어도 좋을 무대였다. 다섯 명이 펼치는 공연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무대는 꽉 찼고, 두 시간 넘게 달린 뒤에도 ‘한 곡만 더’를 기다리게 했다.

서울에서 제대로 시동을 건 NCT 127은 이제 세계로 향한다. 오는 10월 3일 자카르타를 시작으로 홍콩, 싱가포르, 사이타마, 방콕, 마닐라를 거쳐 내년 1월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 마카오까지 투어를 이어간다. 서울을 뜨겁게 달군 ‘네오’의 질주는 이제 세계 각지의 무대로 뻗어간다.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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