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상정 © 뉴스1 권현진 기자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인턴'(감독 김도영)에서 톡톡 튀는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는 단연 윤상정이다. 영화에서 그는 신입 인턴 윤희로 분해 최민식, 김요한과 세대를 뛰어넘은 '인턴 삼총사'를 완성했다. 특유의 씩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과 밝은 에너지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인턴'은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11년 만에 한국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37년간 몸담은 직장에서 은퇴한 기호(최민식 분)가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의 실버 인턴으로 새로운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상정이 연기한 윤희는 솔직하고 당찬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다. 주성(김요한 분)과 함께 나이 차이가 큰 기호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며, 세대 차이를 허무는 유쾌한 호흡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윤상정의 존재감은 '인턴'이 그리는 세대 간 소통에 생기를 더한다. 학창 시절부터 동경했던 대선배 최민식과 실제 '입사 동기'로 만난 그는 현장에서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세대별 유행어를 활용한 장면과 인턴들만의 인사법 등을 완성했다. 윤상정은 최민식을 두고 "사랑스러우신 선배님"이라며 "수평적이시고 사고가 열려 있으셨던 분"이라고 연기 호흡을 맞췄던 당시를 돌이켰다.
'사내맞선' '프로보노' '스터디그룹' 등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얼굴을 알려온 윤상정은 이번 '인턴'을 통해 본격적인 스크린 행보에도 나섰다. 실제로 만난 윤상정은 윤희처럼 유쾌하고 밝은 모습으로 '인턴'에서 함께한 배우들과 촬영 현장의 추억을 풀어놓으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영어 강사로 일했던 이색적인 경험을 연기에 녹여낸 일화부터 내년 공개를 앞둔 티빙 기대작 '스터디그룹2'로 다시 만난 동료들, 그리고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까지, 추석 연휴를 맞아 한복을 입고 뉴스1과 만난 윤상정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배우 윤상정 © 뉴스1 권현진 기자
-추석 연휴를 맞아 한복을 입은 소감은.
▶'패밀리' 때 이후로 처음 한복을 입었다. 3년 만인 것 같다. 요즘 한복이 너무 예쁘다. 입으러 갔는데 색감이 굉장히 트렌디했다. 한복도 이렇게 일상화됐으면 좋겠다. 너무 우아하고 예쁜 것 같다.(웃음)
-추석을 앞두고 '인턴'이 개봉했다.
▶너무 떨린다. 이렇게 큰 상업영화에 비교적 큰 역할로 출연하는 것이 처음이다. 독립영화를 제외하고 무대 인사를 도는 것도 처음이다. 여러 가지 첫 시작을 함께하는 영화다. 현장에서 정말 따뜻하고 행복했다. 그 행복했던 기억을 관객분들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통했으면 좋겠다는 떨림과 설렘, 기대가 있다.
-'인턴'에는 어떤 인연으로 합류했나.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꿈만 같았다. 예술고등학교 출신인데, 친구들에게 롤모델이 누구냐고 물으면 최민식 선생님이라고 답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 우상과 한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니 느낌이 이상했고 가슴이 벅찼다. 지금도 무대 인사를 하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 있다는 게 감격스럽다.
-원작이 워낙 유명해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부담감은 하나도 없었다. 선배님들, 감독님과 연기할 수 있다는 행복과 기쁨에 빠져 있었다. 원작에 대한 두려움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마냥 행복했다.(웃음)
배우 윤상정 © 뉴스1 권현진 기자
-최민식과 호흡을 맞추기 전 부담이나 걱정은 없었나.
▶선생님을 처음 뵀던 사무실 공간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때 나에게 "윤희가 너구나"라고 첫마디를 하셨다. 선생님이 가진 아우라에 떨림과 긴장, 묘한 행복이 있었다. 두려움보다는 그런 감정이었다.
-직접 호흡을 맞춰본 최민식은 어땠나.
▶현장에서는 최민식 선생님이 분위기 메이커였다. 선생님 자체가 굉장히 사랑스러우시기다. 또 수평적이시고 사고가 열려 있으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 주시고 장난도 쳐주셨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연기하며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그래서 더 신이 나서 함께 재미있게 연기했다. 선생님과 또 만나고 싶다. 촬영을 마치고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도 드렸다. 배우로서는 대선배님이지만 그 이상의 어른인 것 같다.
-윤희는 처음에 기호를 어려워하다가 점차 가까워진다.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설정하고 연기했나.
▶대본에서 단계를 많이 밟으려고 했다. 뚜렷한 계기로 가까워진다기보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관계다. 처음에는 어른을 대할 때의 거리감과 큰 세대 차이 때문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힘들거나 자문을 구해야 할 때 주변에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단계다. 기호와 가까이 지내면서 점점 그를 인식하고 도움을 청하게 된다. 진짜 동기가 되어가는 단계를 생각했다.
-극 중 서로 다른 세대의 유행어를 알려주는 장면이 있다. 배우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부분도 있나.
▶처음에 선생님이 "니 똥 칼라똥"이라고 하셨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진짜 정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느좋'(느낌 좋다) 뭔지 아세요?"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그게 뭐야?"라고 하셨다.(웃음) "니 똥 칼라똥" "숭구리당당" 같은 말을 잘 몰랐고 선생님도 우리 세대의 용어를 모르셨다. 당시에는 "어쩔 TV" 같은 말이 유행하던 시기여서 선생님께 그런 표현을 알려드렸던 기억이 있다.(웃음) 그렇게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김도영 감독은 윤희가 집을 알아볼 때 기호가 조언하는 장면을 좋아한다고 했다. 본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최민식과의 장면은 무엇인가.
▶감독님 말씀에 감동받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짧지만 주성이 오빠와 선생님이 나중에 함께 합을 맞추며 인사하는 장면이다. 누군가는 잘 짜인 동작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그 장면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회에서는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을 많이 구분 짓는 것 같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본받을 것이 많고 어린 친구들에게도 배울 것이 정말 많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진짜 융합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벅찼고 너무 따뜻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도 감동받았나.
▶나도 조금 눈물이 났다. 특히 민식 선생님이 소희 언니에게 "정신 차려"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일본에서 촬영한 장면이라 함께 가지 못해서 대본을 보면서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했다. 영화를 보니 정말 우리에게 하는 말 같았다. 선우가 가진 고민도 우리 또래가 할 법한 고민이다. 좋은 어른이 그렇게 해주는 말에 울림이 있어서 눈물이 나더라.
-'인턴'은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윤상정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
▶이 문제를 정말 많이 생각한다. 나중에 40~50대가 됐을 때 정말 멋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화하는 것에 단순히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10대와 20대 초반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이런 순간에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고 기억하는 순간들이 있다. 아르바이트할 때 실수를 정말 많이 했다. 설거지하다가 그릇을 깨기도 했다. 질타도 필요하겠지만 그때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너무 고팠다. 그때 같은 실수를 하거나 배움이 더딘 사람들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은 어른인 것 같다. 그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에게도 기호 같은 인생의 어른이 있나.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고3 입시 때가 정말 힘들었다. 원하는 대학과 갈 수 있는 대학이 극명하게 나뉘는 시기가 온다. 그럴 때는 선생님들의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잘할 수 있어" "상향 지원도 한번 해봐" 같은 믿음이 필요했다. 단순히 입시뿐만 아니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고 오래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도 필요했다. 은퇴하신 계원예고 박기원 선생님은 지금도 연락을 드리는데, 선생님이 "상정아, 나는 너의 용기가 좋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한마디로 버텼다. 입시 때부터 지금까지 주관적인 평가가 많이 갈리는 분야에 몸담으면서 '누군가는 나의 것을 좋아해 주는구나, 나를 믿고 내일을 기대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날 집에 와서 많이 울었다.
배우 윤상정 © 뉴스1 권현진 기자
-우투투의 대표 선우 역의 한소희는 현장에서 어떤 사람이었나. 촬영 때와 지금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새롭게 알게 된 모습도 있나.
▶언니와는 다섯 살 차이가 난다. 현장을 아우르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자기만의 세계와 중심이 있고 굉장히 따뜻하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편견 없이 바라봐준다. 항상 챙겨준다.
-배우로서 한소희는 어땠나.
▶언니는 굉장히 유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본 리딩 때도 그렇고 현장에서도 그렇다. 주변을 두루 생각한다. 언니가 모니터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항상 자신을 관찰하더라.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유연한 배우다.
<【N인터뷰】 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