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박정희·육영수 역 스타 캐스팅 안 한 이유 [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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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September 27일, AM 07:30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지난 23일 개봉 후 나흘째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유해진과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을 맡았다.

'암살자(들)'은 화려한 캐스팅과 그런 캐스팅이 아깝지 않은 만듦새로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주연 배우뿐 아니라, 여러 배역을 유명 스타들이 특별 출연 형식으로 연기해 볼거리를 더했다. 정우성, 박정민, 심은경, 박해준, 박지환, 오정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영화는 정작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역할은 스타 캐스팅을 하지 않았다. 허진호 감독에게 물으니, 이유가 있었다.

"뭔가 꺼려졌어요. 지명도가 있는 배우가 그분들 역할을 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박정희 대통령 역할을 맡은 배우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덕혜옹주' 때도 함께했던 배우고, '내부자들'과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도 같이 작업을 한 배우거든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죠. 그렇지만 만약 박정희 대통령 역을 설경구나 이성민 같은 (유명) 배우가 맡았다면 조금 불편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두 개의 실화를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넣어 폭력의 그늘에 있던 야만적인 70년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아간 이들의 정신을 재현했다.

두 개의 실화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과 같은 해 있었던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말한다. 허 감독은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이 있었을 때 내가 국민학교 5학년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했던 생각을 밝혔다.

"당시 주변 모든 사람이, 전 국민이 슬퍼했던 일이었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도 그랬고 누나들도 슬퍼했고요. 전 어려서 잘 몰랐지만, 굉장히 큰일이구나 싶었던 것 같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쓴 '8월의 크리스마스' 대본에도 전미선 씨가 한석규 씨에게 '너 육영수 여사 돌아가셨을 때…'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그런 시절이었고, 제게도 매우 큰 슬픔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죠."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시나리오를 접하고 영화를 연출하기로 한 뒤로도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약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예민할 수 있는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시나리오에 변화가 생겼다. 없었던 인물이 들어와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예컨대 박해일이 연기한 언론사 사회부 부장 김재환은 작가가 썼던 초고에는 없던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사건을 해결하거나 어떤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갈 수는 없었어요. 영화에서 보듯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계속 의문이 생기거든요. 그렇다고 그것을 의혹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어요. '우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시선도 함께 가져갔죠. 그런 것들을 풀어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내가 왜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실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어떤 시선으로 다뤄야 할지도 고민이 됐죠."

경찰 철구(유해진 분)의 이야기에 기자 김재환(박해일 분)의 이야기가 더해진 이유는 뭘까.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서사의 큰 줄기에 포함하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만약 이 영화가 '이 사건은 이래서 이렇게 일어난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영화였다면 자유언론실천선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결국 이것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지 생각하게 됐죠. 폭력적인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봤을 때 두 개의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로 감독 데뷔한 지 벌써 28년이 흘렀다.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오감도'(2009) '호우시절'(2009) 같은 멜로 드라마의 대가로 보냈던 시간은 어느새 옛일 돼버렸다. 이제 허진호 감독은 '덕혜옹주'(2016)와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같은 시대극 및 사극과 '보통의 가족'(2024)처럼 멜로를 벗어난 드라마 장르물에도 정통한 연출가로 입지를 넓혔다.

'암살자(들)' 스틸 컷

'암살자(들)' 스틸 컷

"관심사가 옮겨진 지는 오래됐어요. 최근 부천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상영해서 거의 15년 만에 다시 봤어요. 15년 전쯤 한 번 봤다가 재미없게 봐서 다시 안 보려고 했거든요.(웃음) 감독들은 자기 영화를 잘 안 봐요. 하자만 보이니까. '내가 왜 저기에 빨래를 저렇게 걸어놨지' '발톱 깎는 장면에 왜 빨래를 저렇게 많이 걸어놨을까' 하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다시 편집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봤더니 장점도 보이더라고요."

여전히 허진호 감독의 팬이라면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일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 같은 작품을 또 보기는 어려울까.

허 감독은 "예전에 관심을 가졌던 이야기들을 다시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단 내가 변했기 때문에 지금의 시선으로 만들면 다른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허진호표 영화에 여전한 것들도 있다. 영화 속에서 그리는 사람과 사람 간의 따뜻한 정서다.

"철구에게는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동지애 같은 정서와 공감을 가져가려고 했어요. 전 잘 몰랐는데 이모개 촬영감독이 '감독님은 꼭 그런 식으로 넣는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정서와 감정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것도 넓게 보면 멜로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일종의 동지애. 그런 부분이 제가 전에 해왔던 멜로의 감정이나 정서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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