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18일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극본 이승영, 안혜송/ 연출 정지우)의 8회 전편이 공개됐다. '스캔들'은 지난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와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하는 시리즈다.
'스캔들'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여인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공개 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톱10에서 7위(집계기간 9월 14~20일)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스캔들'은 2003년 개봉한 영화의 구조는 그대로 이어가되 드라마만의 스토리를 강조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는 평을 받았고, 시각적 완성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개의 개연성 부족 및 나나의 서구적 미모가 극에 대한 몰입을 떨었뜨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스캔들'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 감독이 풀어놓는 '스캔들'의 뒷이야기와 평가에 대한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지우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작품 공개 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복잡한 심정으로 보고 있다. 제작발표회 때 잠깐 말씀을 드렸지만 저는 원작 소설로부터 완전히 다시 출발한 이야기이고, 왜 다시 만드는가에 대한 고민의 방점이 작업 과정에서 가장 컸다. 다만 이 과정보다 2003년도의 영화와의 연관성에 대한 논점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근데 그것은 사실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면도 있고 영화가 가지고 있었던 가장 놀라운 매력은 그걸 조선으로 옮길 아이디어였다고 본다. 그 이후의 것은 원작으로부터 출발했기에 복잡한 심경이었다.
-확실히 원작 영화와의 차이에 대해 대중들의 포커싱이 맞춰진 게 있었는데, 예상은 하지 못했나.
▶예상을 못 했다기보다는 규모가 이렇게 막대했나 싶은 게 있어서 당황스러운 게 있다. 최초에 시작할 때 제목 자체를 달리 가는 논의를 굉장히 길게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도 인물 이름이나 설정은 영화와 같은 것도 있지 않나.
▶이에 대해 저를 포함한 배우들이 사실은 굉장히 정교하게 대화하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있다. 상대 영화를 놓고 그 영화가 보여준 어떤 면이 우리는 2026년도에 어떤 입장이 있었나에 대한 건 굉장히 정교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어쨌든 영화에 대한 그 논쟁적인 상황을 끄집어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다. 배우들은 선배들이고 저도 선배 감독님이다. 근데 지금 이름이 같다고 하는 것도 이름을 일부러 틀리게 할 수 있는데 같게 하면서 무엇이 달랐냐고 하면 캐릭터와 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들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걸 정교하게 말로서 풀어낼 수 없다는 게 난처하고 조심스러운 게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던 건가.
▶지창욱 배우가 연기한 조원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조씨부인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 그 둘의 관계성과 관련된 논의는 새로운 사랑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이야기 끝까지 그는 조씨부인을 배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결말이 파멸로 간다. 그게 고전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 인물이 180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 우위를 벗어나지 못하는가'가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이게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발화점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연출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원작은) 단순히 여성이 우위에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성역할이 뒤집어져 있다. 이 뒤집어진 관계로 읽으면 엄청 재밌는 고전이다. 그리고 관계의 레이어가 입체적인 면이 있다. 가스라이팅 되고 있는 남자라는 캐릭터가 기이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만들면서 동일한 시대로 옮기니깐 거기에 살고 있는 여러 여성 캐릭터를 만든 거다. 정경부인, 조씨부인, 희연 등 사대부 최상위층부터 노비까지 여성캐릭터가 그 시대를 어떻게 헤쳐가고 있는지에 대한 시작, 중앙, 끝이 구조화돼 있다.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발화로부터 인물을 넓게 보면서 18세기 말을 묘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재밌는 시도였고 또 하나는 판소리였다. 기획에 판소리가 있었는데 판소리 한마당을 꼭 해보고 싶었다.
-2026년에 이 고전의 이야기를 다시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의 일종의 젠더를 놓고 만드는 것들은 '남편의 위대한 성취가 사실은 부인의 것이었어'라고 하지만 이건 한참 지났다. 처음에 얘기를 나눴던 게 '지금 조씨부인의 캐릭터를 남성이라고 생각하고 중년의 남자가 이 역할을 해봤다고 생각하세요'였다. 저는 결국 재능의 이면이 게으름이거나 오만함이라고 생각한다. 조씨부인에게도 이 오만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기 뜻대로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이다. 어떤 남자 캐릭터가 자기의 오만함으로 사랑을 잃고 그 쓸쓸함에 홀로 남겨졌다는 건 낯익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피엔딩을 유일하게 담당하는 은실이와 칠성이처럼 다양한 서사가 펼쳐질 기회가 있다는 건 2026년에 만들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판소리는 앞서 영화 '간신'에서도 시도됐던 형식인데 참고하고자 한 부분이 있나.
▶이런 시도를 한 건 '간신'도 있고 더러 있다. 그런데 이제 극에 개입하는 판소리에서 더 나아가 보려고 했다. 예를 들면 사랑가를 개작한 버전도 있고 아예 창작한 소리도 있다. 분량도 조금씩 많아지게 운영하고 싶었다. 제가 좀 더 뛰어났다면 1회부터 8회까지 모두 판소리로 풀고 싶었던 게 최초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제 수준에서 너무 어려웠다.
-판소리 역시 해외 시청자들을 위해 더빙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졌는데.
▶그것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넷플릭스가 밝혔을 때 박수를 치면서 지지했다. 8개 국어로 되어 있는 짧은 쇼츠를 보고 재밌었다. 나름의 방식으로 정서를 담으려고 애를 썼다고 느꼈다. 또 어울리는 영역에 구간을 배치하려고 한 것 같다. 넷플릭스로 인해서 모국어를 벗어난 소통의 과정이 여러 층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N인터뷰】 ②에 계속>
taehyu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