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크리닝] '디거' 미국인 톰 크루즈의 촌철살인 셀프 디스 ★★★☆

연예

iMBC연예,

2026년 September 30일, AM 06:00

▶줄거리

iMBC 연예뉴스 사진


어느 날, 그린란드의 빙하 시추 시설에서 작은 균열이 발견된다. 최소한의 손실,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던 석유 재벌 디거 록웰(톰 크루즈)은 이를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 여기고 넘기지만, 사소했던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전 세계를 날려버릴 거대한 재난으로 번져간다. 결국 디거는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데…과연 디거는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비포스크리닝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버드맨'(2014)으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과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쓴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다. 2022년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로 평단의 혹평을 받았던 알레한드로 감독이 4년간 칼을 간 끝에 내놓는 첫 작품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예비 관객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부분은 단연 톰 크루즈의 파격 변신. 반쯤 벗겨진 머리와 자글자글한 이마주름,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달라진 톤과 말투로 충격을 안긴 것. 이에 일각에서는 톰 크루즈가 오랜 오스카 염원을 풀기 위해 '디거' 출연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농담 섞인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더욱이 오랫동안 아카데미 꿈을 이루지 못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알레한드로 감독 덕분에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만큼, 팬들은 벌써부터 이른 기대를 품고 있는 중이다. 올해 데뷔 45주년을 맞은 톰 크루즈가 지금껏 품에 안은 오스카 트로피는 지난해 수상한 공로상이 유일하다.

▶애프터스크리닝

iMBC 연예뉴스 사진
iMBC 연예뉴스 사진


예상을 제대로 비껴갔다. 예고편만 봤을 땐 현실 감각 없이 돈에 눈이 먼 한 부자의 세계 구하기 프로젝트일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국을 대상으로 한 사회고발 프로젝트였다.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감독은 날카롭지만 위트 있는 칼날로 본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는 미국의 민낯을 가차 없이 벗겨낸다.

톰 크루즈와 존 굿맨이 연기한 디거 록웰과 바이스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두 사람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두 키워드 '자본주의'와 '미국 중심주의'로 머리가 가득 찬 인물로, 집단의 이익이나 화합보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시한다. 다른 이들이 집을 잃었건 목숨을 잃었건 상관하지 않고 본인들의 손해를 가장 먼저 따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알레한드로 감독은 낯이 붉어질 정도로 두 사람의 '미국'스러움을 일부러 더 난폭하고 볼품없이 담아내며 미국 밖 외부인들의 속을 뻥 뚫리게 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iMBC 연예뉴스 사진


비판의 화살이 단순히 미국만을 향하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크게 생태계 보호를 외치지만 기름기가 흐르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어 먹기 위해 자동차에 몸을 싣는 인간의 이중성, 남의 의견은 들은 채도 않은 채 본인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이기주의, 위기 상황에서 일단 스마트폰부터 쥐고 보는 현대인의 초상 등 우리 이웃의 일상적인 단면을 말 그대로 '디깅(파헤치다)'하며 관객의 양심을 찔리게 만든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그러나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재앙을 직시하게 만들며 스스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알레한드로 감독의 촌철살인 메시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단연 톰 크루즈의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데뷔 45년 만에 톰 크루즈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했다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익히 알던 '미션 임파서블'이나 '잭 리처' 속 영웅의 잔상은 완전히 지워내고 완전히 새로운 결의 인물을 완성했다. 시공간과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극의 중심을 굳건히 잡는 안정감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백미는 극 중반부에 등장하는 원테이크 씬. 쏟아지는 대사량과 복잡한 동선,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감정의 폭발 속에서도 자신의 흐름을 놓지 않으며 10분가량의 호흡을 완벽히 지배한다. 그간 톰 크루즈의 연기력을 향한 선입견이 있던 이들일지라 하더라도, 이 장면만큼은 모두가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을 거라 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렇듯 전체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디거'이지만, 그럼에도 여운을 가로막는 대목은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인 '메시지'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인데,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으로 담긴 탓에 블랙 코미디 특유의 묘미가 옅어졌다. 메시지가 돋보일 정도로 선명한 만큼 이를 보다 모호하고 은근하게 담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특히 주인공 디거의 입을 통해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직접 읊조리게 만드는 대목은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헛헛함을 남긴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등을 금합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