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보면 블랙리스트?… 배우·광고계까지 불똥

연예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AM 06:03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주연 배우 유해진이 출여한 광고에도 불똥이 튀었다. 영화를 호평한 배우, 리뷰 영상을 올렸던 영화평론가 등도 악플 세례를 받는 등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보기만 해도 블랙리스트…광고부터 배우·콘텐츠까지 직격탄

30일 연예계에 따르면 유해진이 모델로 활동 중인 버거킹, 키움증권 광고 영상의 댓글 기능이 중단됐다. 이들 브랜드는 광고 영상의 댓글 작성을 제한한 이유를 명시하진 않았으나, 일부 누리꾼들이 유해진의 ‘암살자(들)’ 출연을 문제 삼으며 모델 교체·계약 해지 요구, 불매 등 항의가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출연 배우는 물론 영화를 관람하거나 호평한 배우들에게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주연 배우 이민호를 비롯해 시사회에서 추천사를 남긴 배우 이영애, 김고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인신공격성 댓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사회 참석자 명단을 이른바 ‘블랙리스트’ 형태로 공유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배우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버거킹과 키움증권 공식 유튜브 채널의 댓글 기능이 중지된 모습.(사진=유튜브 캡쳐화면)
배우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버거킹과 키움증권 공식 유튜브 채널의 댓글 기능이 중지된 모습.(사진=유튜브 캡쳐화면)
이동진 평론가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제작진은 지난 29일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9월 25일에 업로드된 리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에는 수천개의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구독자 418만 명을 보유한 영화 유튜브 채널 ‘지무비’도 200만 조회수가 넘는 리뷰 콘텐츠를 비공개로 돌렸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의 진실과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영화다. 당시 수사 당국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영화에서는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들과 현장 기록 등을 통해 다른 의혹을 제기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의 배후로 묘사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제작진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역사 왜곡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화 '암살자(들)' 추천사 중 일부.(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추천사 중 일부.(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역사왜곡 공방, 정치권·법정으로…표현의 자유 쟁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역사왜곡 논란에 대한 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영화가 확인된 역사적 사실과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상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영화 불매를 언급한 데 이어 일부 의원들은 허진호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지원, 최민희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며 야당 공세에 맞서고 있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지난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게다가 국가보훈부 제대군인지원센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 등이 직원 대상 단체 관람을 진행한 사실도 전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30일 미래에셋, 한국토지주택공사, 국토안전관리원을 청탁금지법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영화계에서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에 대해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비판하는 것과 창작물 자체의 상영이나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앞서 법원은 지난 2013년 천안함 희생자 유족과 해군 장교 등이 사실 왜곡 등을 이유로 제기했던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비판이나 분석을 넘어 처벌·금지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오히려 이번 영화가 사건의 정황을 다시 밝혀보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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