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거'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디거'(감독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를 접한 관객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주연 배우 톰 크루즈의 비주얼일 것이다. 1962년 7월생으로 현재 만 64세인 톰 크루즈는 60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인 보다는 '꽃중년'으로 인식되는 배우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매버릭'(2022) 등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세계적 거장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곤잘리스 감독과 손잡고 대변신을 꾀했다. 하얗게 센 머리에 살이 투덕투덕 붙어있는 고집스러운 노인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첫눈에 감탄을 자아낸다.
'디거'는 대저택에서 반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괴팍한 석유 재벌 디거록웰(톰 크루즈)을 부르는 이름이다. 디거 록웰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다소 익숙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 괴팍한 부자 노인이다. 3대째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재벌인 디거는 자신이 대규모 시추 작업을 진행 중인 그린란드 빙하에 균열이 생겼지만, 당장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어 균열의 여파를 이야기하는 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넘긴다.
'디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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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건이 터져버린다. 균열로 인해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급기야 초대형 재난으로 번져버린다. 폭발로 떨어져 나간 거대 빙하 '주디'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떠다니게 되고, 과학자들은 워싱턴 D.C.의 5배 크기인 이 '주디'가 유럽 대륙과 부딪쳐 그 여파로 노르웨이 인근 해역에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제야 위급함을 인지한 디거는 밀실 협약으로 자신의 회사가 그린란드에서 시추할 수 있게 도와준 미국 대통령 컴슨(존 굿맨 분)에게 SOS를 친다. 자칫 미국과 유럽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디거와 대통령, 정부 각료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보수적인 '꼰대' 남성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럽에 경고를 해주기보다는 정보를 차단하는 '방화벽'을 세워 최대한 자신들의 실수를 가리기로 뜻을 모으고, 결국 재난이 발생한다. 그리고 비슷한 시점에 영화는 서사의 층위를 전환한다. 단순한 블랙 코미디 장르물인 줄 알았던 영화는 풍자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를 통해 유머 감각은 더 날카로워지며, 주제 의식 또한 깊어진다.
'디거'는 영화 속에서 불쾌한 '꼰대'들로 그려지는 미국의 늙은 리더들-카우보이모자에 부츠를 고집하는 석유 재벌, 죽음 직전에 이른 나이 든 대통령과 공감 능력 없고 단순 무식한 정부 고위 관료들-을 단순히 풍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대중이 그런 그들을 재연하고 풍자하고 소비하는 방식과 그 뒤편에 숨어있는 또 다른 갈등과 권력 구조가 야기하는 아이러니를 훑어내 반전과 충격을 자아낸다. 문제를 '거시적'으로 보게 된 관객들은 결국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디거' 스틸 컷
eujenej@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