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귀여운 캐릭터들이 알록달록한 섬에서 노래하고 뛰논다. 잔혹한 장면도, 노골적인 공포 연출도 거의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 생선조림과 건전지, 흥겨운 노래마저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진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치이카와)이 ‘귀여운데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독특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대원미디어)
이 작품은 치이카와와 하치와레(가르마), 토끼(우사기) 등이 보수 100배라는 제안을 받고 특별한 섬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표면적으로는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험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섬 주민들과 세이렌, 인어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원작자 나가노가 각본에 참여하고 작품 전반을 감수하며 원작 특유의 ‘사랑스러운 외형 속 불온함’을 극장판에도 옮겼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포스터.(사진=대원미디어)
더 묘한 건 같은 노래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들린다는 점이다. 영화 음악 제작진은 ‘섬의 노래’를 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밝게도, 아름답게도, 무섭게도 들리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코드와 리듬을 달리해 한 곡 안에서 명랑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도록 한 것이다.
익숙한 노래 ‘오늘은 이제 안녕’도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부르는 따뜻한 이별의 노래처럼 들리지만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알고 난 뒤에는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가사가 오히려 서늘한 여운을 남긴다. 일본에서도 이 장면을 두고 작품의 복잡한 정서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치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과 협업한 세븐일레븐 '붉은 생선 조림'과 파나소닉에너지 '단3형 건전지'.(사진=일본 세븐일레븐·파나소닉)
건전지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에너지는 영화 개봉을 기념해 극중 등장하는 단3형 건전지를 실제 상품으로 재현했다. 처음 공개됐을 때는 ‘왜 하필 건전지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작품을 본 뒤에는 그 이유를 알겠다는 관객 반응이 확산했다. 영화 속 평범한 물건 하나까지 관람 후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치이카와’의 공포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이나 잔혹한 장면에서 나오지 않는다. 노래 한 소절과 음식 하나, 건전지 같은 일상의 물건에 뒤늦게 다른 의미를 덧씌운다. 귀여워서 웃었던 장면을 나중에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이미 본 관객에게는 곳곳에 숨은 복선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여기에 엔딩 크레딧 뒤 기다리는 쿠키영상까지 마지막 한 방을 남긴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대원미디어)
일본에서는 지난 7월 개봉 이후 52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 명, 흥행수입 146억 6000만 엔(약 1263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개봉 첫날 12만 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데 이어, 1일 오전 10시 기준 예매량도 21만 장을 넘기며 예매율 선두를 지키고 있다. 오이카와 케이 감독 연출. 러닝타임 99분. 쿠키영상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