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애니… ‘치이카와’에 숨은 섬뜩한 복선[봤어영]

연예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AM 10:28

‘봤어영’은 화제의 영화를 직접 보고, 솔직한 감상과 관람 포인트를 전하는 리뷰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귀여운 캐릭터들이 알록달록한 섬에서 노래하고 뛰논다. 잔혹한 장면도, 노골적인 공포 연출도 거의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 생선조림과 건전지, 흥겨운 노래마저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진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치이카와)이 ‘귀여운데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독특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대원미디어)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대원미디어)
지난달 30일 개봉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첫날 12만 239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작 ‘암살자(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국내에서도 ‘먼작귀’라는 이름으로 탄탄한 팬덤을 확보한 캐릭터의 힘이 개봉 전부터 확인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화제의 중심에는 귀여움과 정반대에 있는 ‘서늘함’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치이카와와 하치와레(가르마), 토끼(우사기) 등이 보수 100배라는 제안을 받고 특별한 섬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표면적으로는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험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섬 주민들과 세이렌, 인어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원작자 나가노가 각본에 참여하고 작품 전반을 감수하며 원작 특유의 ‘사랑스러운 외형 속 불온함’을 극장판에도 옮겼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포스터.(사진=대원미디어)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포스터.(사진=대원미디어)
특히 관객들의 ‘복선 찾기’를 자극하는 건 극중 삽입곡 ‘섬의 노래’다. 언뜻 들으면 와타아메, 맥주, 감자버터, 타코야키 등 먹거리를 나열한 신나는 축제 노래다. 그런데 일부 가사의 첫 음절을 이어 읽으면 일본어로 ‘오와비자 다스케테’, 즉 ‘사과할게, 살려줘’로 읽힌다는 해석이 일본 팬들 사이에서 퍼졌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해석은 아니지만 현지 팬덤과 가사 분석 사이트에서는 대표적인 숨은 메시지로 거론되고 있다.

더 묘한 건 같은 노래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들린다는 점이다. 영화 음악 제작진은 ‘섬의 노래’를 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밝게도, 아름답게도, 무섭게도 들리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코드와 리듬을 달리해 한 곡 안에서 명랑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도록 한 것이다.

익숙한 노래 ‘오늘은 이제 안녕’도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부르는 따뜻한 이별의 노래처럼 들리지만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알고 난 뒤에는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가사가 오히려 서늘한 여운을 남긴다. 일본에서도 이 장면을 두고 작품의 복잡한 정서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치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과 협업한 세븐일레븐 '붉은 생선 조림'과 파나소닉에너지 '단3형 건전지'.(사진=일본 세븐일레븐·파나소닉)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과 협업한 세븐일레븐 '붉은 생선 조림'과 파나소닉에너지 '단3형 건전지'.(사진=일본 세븐일레븐·파나소닉)
작품 속 섬뜩한 소재들은 극장 밖으로도 이어졌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을 모티브로 한 ‘붉은 생선 조림’을 실제 상품으로 내놨다. 그냥 보면 평범한 편의점 반찬이지만 영화를 본 관객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영화를 본 뒤 해당 상품을 찾아보거나 인증하는 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건전지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에너지는 영화 개봉을 기념해 극중 등장하는 단3형 건전지를 실제 상품으로 재현했다. 처음 공개됐을 때는 ‘왜 하필 건전지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작품을 본 뒤에는 그 이유를 알겠다는 관객 반응이 확산했다. 영화 속 평범한 물건 하나까지 관람 후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치이카와’의 공포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이나 잔혹한 장면에서 나오지 않는다. 노래 한 소절과 음식 하나, 건전지 같은 일상의 물건에 뒤늦게 다른 의미를 덧씌운다. 귀여워서 웃었던 장면을 나중에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이미 본 관객에게는 곳곳에 숨은 복선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여기에 엔딩 크레딧 뒤 기다리는 쿠키영상까지 마지막 한 방을 남긴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대원미디어)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대원미디어)
일본에서도 개봉 이후 ‘누가 잘못했는가’, ‘노래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가’를 둘러싼 해석이 쏟아졌다. 단순히 보고 끝나는 캐릭터 영화가 아니라 관람 뒤에도 이야깃거리가 계속 남는다는 점이 장기 흥행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개봉 이후 52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 명, 흥행수입 146억 6000만 엔(약 1263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개봉 첫날 12만 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데 이어, 1일 오전 10시 기준 예매량도 21만 장을 넘기며 예매율 선두를 지키고 있다. 오이카와 케이 감독 연출. 러닝타임 99분. 쿠키영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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