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왼쪽) 정주리 감독 © 뉴스1 권현진 기자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영화 '암살자(들)' 관련 논쟁을 대하는 현장의 온도 차가 나타났다.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는 관련 질문이 제지됐지만, 이튿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는 장이머우(장예모) 감독과 정주리 감독이 잇따라 답변에 나서면서 대비를 이뤘다.
개막식 당일인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기자회견에서는 '암살자(들)'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칸·베니스·베를린과더불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선정되며 국제적 위상을 갖추게 된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을 연출한 영화인으로서, 김종관 감독에게 '암살자(들)' 사태와 관련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
특히 이날 개막작 주연인 심은경은 '암살자(들)'에 일본인 가이드 역으로 특별출연한 바 있어 더욱 이목이 쏠렸으나, 모더레이터인 정지혜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즉각 개입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이 자리는 개막작에 대한 기자회견인 만큼 해당 작품에 집중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며 "'암살자(들)'과 관련해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공지가 나간 부분이 있으니 참고해 달라"고 밝혔다.
배우 심은경 © 뉴스1 권현진 기자
하루 뒤인 지난 7일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진행된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는 달랐다. '암살자(들)' 사태와 관련해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창작과 관련한 영화인의 생각을 묻는 국내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심사위원장인 '중국 거장' 장이머우 감독과 심사위원 정주리 감독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장이머우 감독은 '암살자(들)'을 보진 못했지만 사태를 인지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복잡하다"며 "역사적 진실과 창작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로 표현하거나 짧은 시간 내에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창작은 창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 혹은 사실을 기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어 "역사적 진실이라고 하는 것도 그 자체가 진실인가 하는 것도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창작자들을 존중하는 동시에 생각해 볼 것은 역사라는 것이 먼 이야기이고 영화라는 형식을 빌려서 오늘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라며 "관객은 작품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고 작품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더레이터 박가언 부집행위원장은 장이머우 감독의 답변을 끝으로 다음 진행으로 넘어가려 했지만, 정주리 감독이 "저 역시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며 자발적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도희야'(2014) '다음 소희'(2023) 등 실화 바탕의 영화를 선보였던 그는 "저 역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고 관객들과 만났다"며 "제가 영화를 만들 때도 영화는 영화이고 허구의 이야기이고 허구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 감독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느낀 창작자로서의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제가 느끼는 감정은 제 영화가 아닌데도 만드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위축이 된다"며 "'상처받는 분들이 계실 수 있구나, 다른 상처가 표현이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창작자의 책임 역시 강조했다. 정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영화가 시작됐든 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그 안에서 모든 책임을 다 진다,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니까"라며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지 비판도 들을 것이고 공감도 할 것이라는 다양한 기대를 하면서 만든다, 그렇게 그 작업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고, 논쟁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했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논란은 영화에 대한 비판을 넘어 상영 중단 요구와 창작자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창작과 비평을 아우르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이 여파로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과 7일 예정됐던 '암살자(들)' 야외무대인사 및 '액터스 하우스: 이민호'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aluemchan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