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기획] "더 깊이 파라"는 이준익 한마디가 천만배우 만들었다. 류승룡의 연기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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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2026년 October 09일, PM 07:19

배우 류승룡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무대에 올라 자신의 30년 연기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과 거장 이준익 감독과의 잊을 수 없는 비화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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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서 류승룡은 중학교 시절 국립극장에서 연극 '파우스트'를 관람하며 심장이 터질 듯한 소년의 마음으로 연기의 꿈을 품었던 순간부터, 연극무대를 거쳐 2004년 영화 '아는 여자'의 복면 강도로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뎠던 기억을 차분히 되짚었다.

이날 류승룡은 스크린 진출 이후 다작으로 인해 스스로 소진되고 있다는 극심한 불안과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를 고백했다. 진한 이목구비와 굵고 낮은 목소리로 인해 강렬한 악역 위주의 캐스팅을 거치며 영화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갔지만, 연이어 많은 작품을 소화하며 무너져 내리던 시기라고 자신의 데뷔 초기를 회상한 류승룡이다. 그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영화를 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작품을 이어가다 보니 스스로 '소모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라는 배우의 밑천이 소진되는 게 아닌가' 하는 깊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그를 절망에서 건져낸 것은 거장 이준익 감독의 뼈 있는 한마디였다. 류승룡은 "새벽 촬영 현장에서 잠깐 출연하는 나를 보고 이준익 감독님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다가오셨다. 그날의 햇살과 바람, 감독님의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감독님이 '승룡아, 땅을 파면 손가락이 아프고 피가 나온다. 하지만 손 끝에 빨간 피가 나올때 까지 파고 더 파면 진짜 요만큼의 정수가 나온다. 더 파봐라'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조언이 내 연기 인생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됐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 조언을 계기로 류승룡은 스스로 구축한 틀을 깨부수고 더 깊은 본질을 향해 파 내려가기 시작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생경한 외국어 대사와 액션을 소화하며 야성미를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코미디의 틀을 깨는 카사노바 연기를,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눈빛만으로 묵직한 진심을 품는 리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7번방의 선물'에서 지적장애인 용구 역을 맡아 1,000만 관객을 모으며 명실상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배우로 거듭났다.

용구 역의 희화화 우려에 대해서도 장진 감독과의 연극 시절 경험을 끌어와 설명했다. 류승룡은 "장진 감독님과 12작품을 하면서 '술 취한 연기를 할 때 술 취함에 매몰되어 그 장면의 진짜 목적을 손상시키면 안 된다'는 배움을 얻었다"며 "용구 역시 지적장애라는 설정보다 딸을 목숨보다 사랑하는 부성애라는 코어가 묵직하게 박혀 있어야 하고, 나머지는 상황일 뿐이라고 믿고 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작 드라마 '무빙'에서 많은 관객을 울린 장례식장 오열 신에 대한 가슴 아픈 비하인드도 전했다. 류승룡은 "실제로 13년 전 누이를 먼저 떠나보냈을 때, 제게 어마어마한 산 같았던 엄하신 아버지가 딸을 잃고 오열하시던 모습이 딱 그랬다"며 "그때 아버지의 울음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가 촬영에 임했다. 화면 속 오열은 어디서 만들어낸 연기가 아니라 내 아버지의 진짜 울음이었다. '무빙'의 그 장면을 보고 아버지가 또 많이 우셨다더라"고 털어놓아 관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배우로서 걸어온 길을 묵묵히 돌아본 류승룡은 대담 마무리 순간 객석을 메운 팬들과 눈을 맞추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류승룡은 "제 이야기를 귀를 쫑긋 세우고 눈과 귀로 들어주시는 관객분들의 마음이 내게 온전히 전해졌다. 이 시간이 내게는 큰 선물 같다"고 전했다.

슬럼프와 치열했던 고민의 순간을 거쳐 비로소 '진심'이라는 정수를 퍼 올려온 류승룡.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묵직한 다짐과 함께 액터스 하우스 현장은 뜨거운 박수와 깊은 여운으로 물들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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