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영화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연상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 감독의 신작 ‘실낙원’은 그의 어머니가 쓴 3페이지 분량의 글에서 시작됐다. 그는 “그 글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갖는 심리에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며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글을 사들여 작업을 이어갔다는 연 감독은 “첫 번째 대본은 2020년쯤 ‘펑크’라는 제목으로 썼고, 몇 년 뒤에는 ‘블랙 인페르노’라는 제목으로 다시 대본을 썼다”고 설명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심리 스릴러다. 소설화된 작품에서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 지역에 있는 가상의 도시와 검은 절벽 ‘블랙 임페르노’가 배경이었다면, 영화에서는 이를 탄광으로 바꿨다.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은 AI 시대의 인간성이다. 연 감독은 “AI 시대에서 인간적인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인간성이라는 게 궁금해지고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영화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배우 김현주(왼쪽부터), 연상호 감독, 배우 배현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 감독은 “AI는 인간의 보편성을 상징하는 것 같은 재미있는 존재”라며, 이번 작품이 “상당히 인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쓰여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자체의 신기함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에 주목했다는 의미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며 기억과 연속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연 감독은 “딸이 어릴 때 아침에 조기만 먹었다. 생선 가시가 많으니까 매일 가시를 발라서 입에 넣어줬다”며 “아빠가 그렇게 해줬던 걸 기억하는지 물었더니 생각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사람이 맞나?’ 싶기도 했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연 감독은 “열 살 정도엔 저도 정말 귀여웠다. 지금은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고 너스레를 덧붙였다.
이어 “한 인간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건 연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개념이 끊어져 있으면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점은 작품 속 AI 선우와 실제 선우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연 감독은 “AI 선우는 연속성을 가진 존재로 설계돼 있고, 실제 선우는 연속성이 비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는 시대, ‘실낙원’은 인간다움의 조건을 묻는다. 연 감독은 어머니의 짧은 글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과 관계가 한 사람의 정체성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심리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소향씨어터 우리은행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공개홀 등 부산 일대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