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AI에 주목한 BIFF…배우들의 눈물이 답한 것

연예

뉴스1,

2026년 October 10일, AM 11:00

저우쉰(왼쪽) 김도연 / 뉴스1 DB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는 뜻밖의 음악이 화제였다. 영화인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들의 이름과 작품을 소개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색하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직관적인 가사가 묘한 재미를 안겼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내 이름으로 노래까지 만들어줘서 기뻤다"고 했다. 음악의 정체는 AI로 제작한 BGM이었다.

AI는 영화제 곳곳에서 화두였다. 포럼에서는 AI와 예술가의 공존 가능성을 논의했고, 지아장커 감독은 AI로 제작한 단편을 선보였다. 연상호 감독도 AI 시대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며 신작 '실낙원'을 만들었다고 했다.

AI가 넓혀가는 창작의 영역만큼 인간의 역할에 대한 질문도 새삼 무거워진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배우들의 눈물이 하나의 답을 보여줬다.

경쟁작 기자회견에서 저우쉰은 극 중 연기를 설명하다 실제로 눈물을 보였다. 아버지를 잃은 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과거 친구와 이별한 아픔을 떠올렸다며 "그때 눈물은 모두 진짜 감정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는 인류 공통으로 누구나 인생에서 겪는 과정"이라는 말로 공감을 이끌었다.

류승룡은 누이를 먼저 떠나보낸 가족사를 털어놨다. '무빙'의 오열 장면에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지켜봤던 기억이 담겼다고 했다. 인간이 경험한 상실의 감정이 작품으로 이어지고, 다시 관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김도연은 '도라' 오디션 당시 인물을 이해했던 순간을 떠올리다 눈물을 쏟았다. 김고은은 배우는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며, 새 작품을 앞두고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고민도 털어놨다. 스크린에 담기는 배우의 얼굴과 몸짓에는 저마다의 경험과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었다.

AI도 슬픔에 잠긴 얼굴과 흐르는 눈물을 그려낼 수 있다. 관객이 화면만으로 그 차이를 가려내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판빙빙은 '가능한 사랑'을 두고 "AI는 불가능한 연기"라고 짚었다. 그 차이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빚어낸 과정에 있다. 실제 인간의 경험과 해석이 담겼다는 사실은 관객의 감상에 또 하나의 층위를 만들기 때문이다.

"들꽃처럼 살고 싶다"며 활동을 쉬던 김혜자를 스크린으로 불러낸 송일곤 감독은 "스태프들이 다 울면서 작업했다"고 했다. 김혜자가 배우로 살아온 시간과 그가 연기해 온 얼굴을 떠올리면 그 눈물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AI의 가속도를 실감한 영화제에서, 우리가 왜 배우들의 연기에 반응해 왔는지에 대한 답도 선명해졌다.

aluemchang@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