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모티브에 대해 "어머니가 3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을 쓰셔서 보여주셨는데 매우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어느 마을에서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와 끝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아들의 이야기였고, 이번 영화의 엔딩에 해당되는 부분이 묘사된 짧은 글이었다. 어머니는 악행을 저지르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엔딩을 그리셨더라. 어머니에게 돈을 드리고 원안을 사고, 이를 바탕으로 소설 '블랙 인페르노'를 쓰며 비로소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어 연 감독은 2020년 첫 대본 작업 당시 '퍼크'라는 제목에서 출발해 소설 '블랙 인페르노'를 거쳐 최근 '실낙원'이라는 제목으로 확정되기까지의 변화를 설명했다. 연 감독은 "소설 '블랙 인페르노'에서는 캐나다와 미국 국경 지역의 가상 도시와 검은 절벽이라는 대자연의 어둠, 그리고 인간 심연의 대비를 다뤘다면, 이번 영화 '실낙원'에서는 'AI 시대에서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며 "요즘은 보편성의 상징인 AI가 존재하면서 인간다움과 인본주의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완벽한 AI와 대비되는 불완전함, 고립, 이해할 수 없음이야말로 인간만의 독특함이라 봤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잃어버린 자식의 돌아옴'에 대해서는 철학적인 '연속성'의 개념을 끌어왔다. 연 감독은 "딸이 어릴 때 매일 조기 가시를 발라주었는데 12살이 된 딸에게 물으니 내가 그렇게 가시를 발라줬던 걸 전혀 기억을 못 하더라. 내가 그렇게 해준 걸 기억 못하다니, 같은 사람 맞나? 싶더라. 또 제가 12살때는 진짜 너무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지금 이런 비주얼이다. 어릴때 사진을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 이렇듯 한 인간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연속성' 때문인데, 이것이 끊어지면 내 아들이 맞는지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영화 속 AI 선우는 연속성을 주기 위해 설계된 존재인 반면, 진짜 돌아온 선우는 연속성이 비어있는 존재다"라고 캐릭터의 미스터리한 설정을 비유 설명해 폭소를 안겼다.
작품명과 설정은 존 밀턴의 고전 소설 '실낙원'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연 감독은 "밀턴의 '실낙원'은 사탄이 뱀의 몸을 빌려 이브를 시험에 들게 하듯, 극 중 선우를 뱀, 버스 기사를 사탄이라 생각했다. 버스 기사가 선우의 몸을 빌려 소영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다. 선우의 팔에 일부러 뱀 문신을 새겨 넣은 것도 그런 의도"라며 "마지막 소영의 '지옥일지라도 너와 함께하겠다'는 대사 역시 밀턴의 글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로 10월 21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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