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개막작인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비롯해 59개국 316편이 초청돼 영화의전당 등 8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2026.10.6 © 뉴스1 윤일지 기자
지난 6일 개막, 오는 15일까지 지속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 반환점을 돈다. 올해는 칸·베니스·베를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승격한 이후 처음 열리는 축제라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세계적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지만, 영화제 전반의 화제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가장 큰 관심은 참석을 취소했던 영화 '암살자(들)'에 쏠렸다.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는 별개로 대중의 시선을 끌어모을 만한 화제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 2026.10.6 © 뉴스1 권현진 기자
◇ 화려한 게스트…정작 아쉬운 화제성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인 영화인들을 대거 초청해 개막 초반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량쯔충(양자경)을 비롯해 판빙빙, 이자벨 위페르와 매기 질렌할, 샤를로트 갱스부르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부산을 찾았다.
특히 량쯔충의 방문은 올해 영화제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15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그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개막식에 참석했다. 영화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도 마련했다.
그러나 화려한 참석자들의 면면과 비교하면 개막 초반 영화제의 화제성은 다소 아쉬웠다. 주요 영화인들의 방문과 행사 소식이 이어졌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지속해서 끌어갈 만한 이슈는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았고 영화제 전체로 화제성이 확장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개막작 역시 화제성을 견인하는 데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한 카페에 머물다 간 낮과 밤의 대화를 담은 작품이다. 김민하와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등이 출연했으며, 김민하는 개막식 단독 사회까지 맡아 올해 영화제의 얼굴로 활약했다. 다만 작품의 잔잔한 성격과 별개로 개막작 자체가 영화제 전체의 화제를 주도하지는 못했다.
장이머우(왼쪽), 정주리 감독 © 뉴스1 권현진 기자
◇ 부산에 없던 '암살자(들)'…공식 기자회견에서 주목
정작 개막 초반 화두로 떠오른 작품은 부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암살자(들)'이었다. '암살자(들)'은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작품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예정됐던 출연 배우들의 개막식 참석과 야외무대인사도 무산됐다. '한류 스타' 이민호의 '액터스 하우스' 역시 취소되면서 관객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출연진은 부산을 찾지 않았지만, 작품을 둘러싼 논쟁은 영화제 공식 석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6일 열린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기자회견에서는 김종관 감독에게 '암살자(들)' 논란에 대한 물음도 나왔다. 이에 진행을 맡은 정지혜 프로그래머는 개막작에 집중하는 자리라며 양해를 구하고, 관련 공지가 나간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인 7일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심사위원장인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창작의 관계에 대해 단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창작의 자유와 관객의 다양한 해석을 강조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정주리 감독 역시 영화가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창작자로서 위축되는 심경을 털어놨다.
배우 김고은이 8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8 © 뉴스1 권현진 기자
◇ 다채로운 관객 소통…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수확
영화인이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은 풍성했다.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 인생과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직접 전하는 '액터스 하우스'는 김고은, 김민하, 류승룡, 신민아, 주지훈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배우들은 관객과 함께 그간의 작품을 함께 돌아보며 진솔한 시간을 나눴다.
작품을 매개로 한 만남도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한 '가능한 사랑'을 비롯해 '정가네' '낮과 밤은 서로에게' '사피엔스' '꿀알바' '푸른길' '수능, 출제의 비밀' '세대유감' 등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야외무대인사에서는 최희서와 손석구가 유쾌한 호흡을 선보였고, 현빈 정우성 우도환 등도 관객들과 만났다.
배우와 감독 등 자신의 경험을 직접 나누는 자리는 영화제만의 강점이었다. 영화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소통의 가치가 돋보였다. 작품을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무대 밖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 2026.10.6 © 뉴스1 권현진 기자
◇ A-리스트 승격은 출발점…높아진 위상만큼 필요한 존재감
부산국제영화제는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30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고, 올해 A-리스트 승격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신설한 경쟁 부문도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작품 발굴과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참여와 풍성한 상영작, 관객과의 소통 프로그램은 영화제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새로운 과제도 확인됐다. 국제적 위상과 대중적 화제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제의 권위가 높아졌다고 해서 대중의 관심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개막 초반 드러났다.
물론 영화제의 성과를 화제성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영화인들의 교류를 이끌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영화제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다만 높아진 위상을 대중도 체감할 수 있도록 영화제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오는 15일까지 남은 일정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떤 작품과 영화인들의 이야기로 관심을 이어갈지도 관건이다. A-리스트 승격 이후 첫 축제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화려한 게스트 못지않게 영화제 자체의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축제의 외형을 각인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남긴 해로 기억될 수 있을지 영화제 후반 또한 더욱 주목된다.
aluemchan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