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야기 담은 영화, 브라질도 열광"… 넷플릭스가 넓힌 韓영화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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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0일, PM 09:12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부산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영화가 브라질과 콜롬비아 관객에게 닿고,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단편영화가 수천 명의 관객과 소통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한국영화의 유통 지형을 바꾸면서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를 연출한 남궁선 감독과 단편영화 ‘선희 이모’의 위은경·손광민 공동감독은 10일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2026’(Creative Asia 2026)에 참석해 OTT를 통해 경험한 관객층의 확장과 달라진 영화 제작·유통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행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넷플릭스가 공동으로 마련한 차세대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정지혜 프로그래머가 진행한 ‘영화 연출의 새로운 목소리들, 그 다음은’ 대담에 참여했다.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2026' 행사 전경. 단편영화 ‘선희 이모’를 연출한 위은경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2026' 행사 전경. 단편영화 ‘선희 이모’를 연출한 위은경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 축제 같은 경험”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를 연출한 남궁선 감독의 글로벌 흥행 경험이다. ‘고백의 역사’는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공개 2주 차인 지난해 9월 첫째 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영화 부문 1위에 올랐으며, 6주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남 감독은 “브라질과 폴란드, 콜롬비아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영화가 그곳에서도 인기 있다는 이야기였다”며 “많은 나라에서 1위를 했고 글로벌 톱10에도 6주 넘게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말로 만든, 정말 한국 부산의 이야기다. 굉장히 로컬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랑해 준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새로운 방식으로 해소됐다. 남 감독은 “극장에서는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울고 웃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며 “막상 공개되고 나니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영화를 보고 SNS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굉장히 축제 같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독립·예술영화 ‘십개월의 미래’와 ‘힘을 낼 시간’을 연출했던 남 감독에게 ‘고백의 역사’는 첫 상업영화이기도 하다. 앞선 작품들이 사회적으로 첨예한 문제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남 감독은 “세상에 즐거움이 있었으면 좋겠고, 나도 즐거운 것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 제안을 받았다”며 “관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영화로 작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제작 계기를 전했다.

독립영화와 대형 플랫폼의 제작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남 감독은 “첫 상업영화라 많은 것이 달라질 줄 알았지만 규모를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많은 지원을 받으면서도 팀 안에서 창작적 자유가 보장됐고,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궁선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 포스터.(사진=넷플릭스)
남궁선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영화제 밖으로 나온 단편영화… 관객과의 접점 넓어져

단편영화 창작자들에게도 OTT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됐다.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3관왕에 오른 ‘선희 이모’는 애견미용사로 일하며 유기견을 돌보는 이모의 집에 10년 전 그가 키웠던 조카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하루를 그린 24분짜리 단편영화다. 위은경·손광민 감독이 공동 연출했으며, 위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았다.

위 감독은 실제 자신을 키워준 이모와의 경험에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만에 찾아간 이모가 유기견을 돌보고 있었는데, 강아지가 이모를 엄마처럼 따르는 모습을 보고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며 “이후 동네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자식처럼 대하는 애견미용사를 보고 이모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부부이기도 하다. 위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으면서 손 감독이 현장 연출을 주로 담당했고, 위 감독은 후반 작업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관객과의 접점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손 감독은 “이전 영화에서는 15명 정도의 반응을 접했는데 이번에는 7000~8000명까지 봐주시고, 1000개 이상의 의견도 접할 수 있었다”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는 것이 창작자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넷플릭스 덕분에 그런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화면의 질감과 사운드가 있다는 점에서 OTT 공개를 처음에는 고민하기도 했다”면서도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운 같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위 감독 역시 “단편영화는 영화제에 가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가족과 지인들도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고 연락해 왔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추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감독은 영화제와 OTT의 결합이 단순히 상영 기회를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지금은 누구나 유튜브에 자신의 영화를 올릴 수 있는 시대지만, 좋은 작품을 골라 관객에게 소개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라며 “영화제가 선정한 작품들을 넷플릭스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극장 개봉작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제 단편영화까지 다양한 제작 환경을 경험한 창작자들이 공통으로 주목한 것은 관객과의 만남이었다. 지역색 짙은 한국영화가 세계 관객에게 사랑받고, 영화제에서 주로 소개되던 단편영화가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는 변화는 OTT가 한국영화의 유통과 관객층을 확장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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