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 (극본 송유채•연출 박수원)는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백호랑(김영광)과 전기 능력을 가진 나보배(채수빈)의 로맨스를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강조한 박 감독의 말처럼, '나를 충전해줘'는 'K-로코' 애청자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다음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공산품 같은 드라마다.
평범한 여주인공을 두고 남부러울 것 없는 재벌 3세와 라이징 톱스타가 서로를 견제하고 쩔쩔 매며 사랑에 빠지는 서사는 차치하더라도, 스토리 곳곳에 배치된 갖가지 'K-로코' 클리셰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간다. 남주 백호랑을 둘러싼 재벌가의 승계 싸움, 유년 시절의 상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재현한 주변인들의 성격과 언행들. 매력적으로 파열음을 내야할 빌런마저도.
이렇게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낡아보여 위태해보일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한국 로맨스코미디 드라마만의 그 '코어'를 2026년 버전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퍽 반가운 일이다. 당연하게도 한국 시청자들에겐 더없이 지루한 이야기겠으나, 넷플릭스를 교두보 삼아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엔 여전히 충분한 수요가 있는 장르다. 자고로 해외로 상품을 수출하려면, 그 규격과 상품성이 내수의 그것과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점에서 '나를 충전해줘'는 정직하고 바른 드라마다.
한편 "뻔하면 어때요? 재밌으면 됐지"라며 드라마 작가 나보배가 로맨스 드라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이 장면은, 마치 '제4의 벽'을 깨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백호랑과의 계약 연애 중 자신의 연애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며 드라마 속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해 상상하는 모습 역시, 공산품으로서의 'K-로코'를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명백한 의도가 엿보인다.
'아는 맛'에 한끗을 더한 매력으로 소개된 설정은 여주인공 그 자체다. 사람이 전기를 방출할 수 있다는 판타지만으로도 이 뻔한 로맨스에서 개연성과 현실성을 찾을 필요를 사라지게 만든다. 그 전기 방출 능력 탓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갈등 상황 역시 익숙함에 약간의 소재적인 변주를 더한 것뿐이지만, 어떤 장면에선 뜻밖의 신선한 순간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채수빈과 김영광의 로맨스 합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두 사람 모두 고전적인 애정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는 데에는 더없이 훌륭한 연기를 해낸다. 다만 그 이상의 설렘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이유 역시 '아는 맛' 너머를 보여주지 못하는 서사의 한계 때문이다. 훨씬 풍부한 로맨스 잠재력이 그 한계에 갇혀 제대로 힘을 못쓰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예상한 만큼의 재미와 설렘을 기대했던 누군가에게는 모날 데 없이 건재한 'K-로코'의 정수를 보여준 '나를 충전해줘'다.
'나를 충전해줘'는 지난 9일 전편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 iMBC연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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