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박사'에 남은 안판석의 연출 미학…너무 이른 작별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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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October 18일, AM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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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거창하지 않다. 우연히 시작된 인연이 뜻밖의 설렘으로 이어진다. 고(故) 안판석 감독의 유작 '연애박사'는 이처럼 일상에서 싹트는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이번 작품에서도 안 감독 특유의 연출 미학은 여전하다. 수작을 만났다는 반가움보다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연출을 볼 수 없게 된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처음 방송된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극본 민효정/연출 안판석)는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 분)와 의류학과 출신 대학원생 임유진(김소현 분)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청춘 로맨스다. '하얀거탑'(2008) '밀회'(2014)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 '졸업'(2024) 등에서 현실적인 인간관계와 사랑의 감정을 그려온 안판석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안 감독은 지난 7월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다 8월 12일 향년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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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박사'는 지난 13일 방송된 4회까지 두 청춘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 과정을 그렸다. 한쪽 다리를 잃고 수영선수의 꿈을 접은 박민재는 로봇공학에서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은 인물이다. 의류학을 공부하던 임유진은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기계공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들은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같은 연구실에서 재회한 후 사소한 오해와 서운함으로 충돌하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임유진은 박민재의 장애를 알게 된 뒤 당황해 자리를 피하지만, 사랑을 깨닫고 그의 상처를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의 연애는 안판석 감독 특유의 연출로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안 감독은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일상과 감정으로 흘러가는 전개를 선보이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를 포착한다.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긴 호흡을 유지하고, 대사와 대사 사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표정과 시선을 나누는 순간까지 담아내며 실제 연애를 지켜보는 듯한 현실감을 안긴다. '연애박사'는 대학원 연구실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박민재와 임유진의 연애뿐만 아니라 '너드남' 연구원들 사이의 크고 작은 갈등과 유대감까지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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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우와 김소현 또한 '연애박사'에서 재발견을 이뤄냈다. 추영우는 장애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박민재를 연기했다. 박민재는 타인의 감정에 누구보다 세심한 성향을 지녔음에도, 상대의 무심한 말과 장애를 보는 시선에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이성적이고 원칙적이지만 연애 감정에는 서툴고, 임유진에게 마음이 향하면서도 자신의 상처가 상대에게 부담이 될 것을 두려워해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추영우는 겉으로 드러나는 담담함과 그 이면의 불안 사이에 있는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며 인물의 내면을 표현했다.

반면 김소현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는 물러서지 않는 임유진의 당차고 당돌한 면모를 그려냈다. 사랑 앞에서도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서면 망설임 없이 먼저 직진하며 다가가는 능동적인 캐릭터의 매력도 살렸다. 감정을 감추는 박민재와 솔직하게 드러내는 임유진의 대비는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어우러져 로맨스에 더욱 설득력을 더했다. 2회에서는 술에 취한 임유진이 골목에 선 박민재에게 "싫으면 지금 말해요"라며 거침없이 입을 맞췄다.4회에서 비로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눈물 속 키스를 나눈 엔딩은 두 배우의 애틋한 연기가 어우러지며 감정의 절정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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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역시 안 감독의 연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에서 호흡을 맞춘 이남연 음악감독이 이번에도 참여했으며, 두 작품의 OST를 불렀던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이첼 야마가타도 '연애박사'에 삽입된 '민트 투 비'(Meant to Be)로 다시 함께했다. 안 감독의 작품에 흐르는 서정적인 음악은 아련한 낭만을 더하고, 스쳐 지나갈 법한 순간마저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전작에서도 음악은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며 로맨스의 짙은 감성을 더했다.

안 감독은 유작인 '연애박사'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특별한 연출 세계를 구축해 왔다. 배우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는 긴 호흡과 인물의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의 작품을 다른 드라마와 구분 짓는 특징이었다. 청춘의 사랑과 성장을 그리는 평범한 이야기조차 그의 손을 거치면 생생하게 다가왔다. '연애박사'는 그가 얼마나 뛰어난 연출자였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연애박사'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안 감독의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워진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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