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영화 '흐르는 여정'은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뜻밖의 인연을 맺으며 달라지는 일상을 그린다. 상실의 슬픔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도, 서로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고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흐르는 여정'(감독 김진유)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춘희(김혜옥 분)가 오랫동안 살던 주택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시작된다. 춘희는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자동차와 그랜드 피아노를 가져오지만, 피아노를 집 안으로 옮기기 어려워지자 난감해한다. 이때 우연히 지나가던 15층 이웃 민준(저스틴 민 분)이 자신의 집에 피아노를 두라고 제안한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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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춘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이웃과 교류하며 홀로 자신만의 일상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그중에서도 춘희와 민준, 성찬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마음에 작은 일렁임을 일으킨다. 춘희는 형편이 어려운 성찬에게 피아노를 마음껏 치라고 격려하고, 민준이 한국에서 어머니를 찾는 여정을 응원한다.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순간들이 쌓이면서 세 사람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힘이 되어준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어느새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세 배우는 꾸밈없는 생활 연기로 영화의 따뜻한 정서를 구현한다. 김혜옥은 누구에게나 밝고 다정하면서도 내면에 그리움과 외로움을 품은 춘희를 섬세하게 그린다. 남편을 추억하는 표정과 홀로 남겨진 순간의 적막함만으로도 인물의 감정을 전한다. 춘희가 지닌 순수함과 타인을 향한 배려 또한 과장되지 않게 표현된다. 저스틴 민 역시 서툰 한국어와 거리낌 없는 태도로 민준의 천진한 매력을 살린다. 특히 김혜옥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대사와 일상적인 호흡은 실제 모자 관계를 보는 듯한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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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나는보리'(2020)로 주목받았던 김진유 감독은 상실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연출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농인 부모를 둔 코다(CODA)인 김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작에 이어 '흐르는 여정'에서도 농인의 삶의 일부를 담아냈다. 춘희의 남편을 농인 건축가로 설정하고, 농인 관객을 위해 영화에 한글 자막을 삽입했다. 이번 작품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지휘하는 손짓에서 수어 통역사를 떠올린 데서 출발했다. 수어 통역사와 농인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된 구상은 지금의 이야기로 발전했다. 존엄사로 향하는 일부 전개가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흐르는 여정'은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삶의 순리를 춘희의 담담한 여정으로 풀어내는 데서 위로를 찾는다. 상영 시간 125분.
aluemchan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