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의 각본을 썼던 이용재 작가의 연출 데뷔작이다. 전작을 통해 한 차례 교육 문제에 접근했던 이 감독은 자신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담당한 첫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에서 수능 출제위원들의 소동극을 블랙 코미디 장르로 펼쳐내며 한국 사회 교육 문제의 '꽃'인 '수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수능을 40일 앞둔 시점, 지방 소도시 5년 차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수능 출제 본부에 발을 들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본부 입소는 철저한 보안 검색으로 시작된다. 휴대전화는 모두 제출해야 하며, 주류나 다른 통신 장비는 반입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문제가 생긴다. 맹보람이 행정 오류로 동명이인 대신 명단에 올라 출제위원이 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 컷
영화가 그리는 수능 출제 본부는 지극히 정치적이다. 출제위원장인 문주열과 그의 대학 후배인 철학과 교수 고재봉(김경민 분)은 모종의 이유로 '칸트' 지문을 넣기 위해 이리저리 꼼수를 부리며, 다른 교수들도 비현실적이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들을 내며 지식 자랑에 바쁘다. 현직 교사인 맹보람은 그 속에서 일부 학생만이 아닌 모든 수험생을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만, 고재봉은 그럴수록 문주열의 묵인 아래 맹보람에게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 등 허드렛일을 시키며 의지를 꺾는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관객들에게는 낯선 수능 출제 본부의 40일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호기심을 돋운다. 방에 붙인 사진이나 우연히 넘어간 공, 본부 합류 전 올린 SNS 내용까지 감시의 대상이 되는 철저한 보안과 출제위원들 간의 알력 다툼과 신경전, 생각보다 많은 논의와 단계를 거치는 수능 출제의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여기에 코미디적 요소들이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제목을 보고 얼핏 코미디를 생각하기 어려운데, 대놓고 본격적인 코미디를 추구하는 영화라는 점이 '수능, 출제의 비밀'의 반전이다. 융통성 없지만 우직하고 진실한 젊은 교사 맹보람과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쁜 출제위원장 문주열의 대립이 가시화될수록 블랙 코미디는 더욱 짙어진다.
"문제가 있는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끝까지 멈추지 않는 맹보람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공정한 게임'에 대해 말한다. 서울의 교육 중심지에서 여러 강의를 통해 '킬러 문항'에 단련되는 소수의 학생과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하는 다수의 학생을 '변별력'이라는 이름으로 가려내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일까. 영화가 직접적인 답을 내리지는 않지만,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문제없는 문제"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찾는 맹보람의 모습에서 그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다.
출제위원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하나하나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중심에 선 배우 이선빈과 유재명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김영민, 이진희, 정수영, 황보라 등 배우들의 적재적소 활용도 좋다. 상영 시간 99분으로 오는 28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