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으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받은 김민석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시청자 댓글이다. 소년 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당초 세상에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김 작가는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넷플릭스는 표현의 한계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마음껏 해보라고 열어줬다”고 회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의 배우 김무열, 김혜수, 홍종찬 감독, 김민석 작가, 이정은, 이성민.(사진=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미국 텔레비전 아카데미 명예의 전당 헌액 당시 “넷플릭스는 시청자에게 주도권을 주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며 “이는 TV를 보는 방식뿐 아니라 만드는 방식까지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에 머물지 않고 제작 현장으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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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유통망과 구독 기반 사업모델이 있다. 한국어 사용자는 세계 인구의 극히 일부지만,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영어 콘텐츠 다음으로 많이 시청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청자의 취향과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세계 각지에서 작품을 소비할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하는 방송 편성과 달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다양한 취향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작품을 공급할 수 있다. 특정 작품의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장르에만 집중하기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포트폴리오로 구축할 여지가 커졌다. 신인 창작자와 실험적인 소재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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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박윤서 감독의 ‘기리고’는 이러한 변화가 집약된 사례다. ‘킹덤’ 시즌2 조연출을 거쳐 첫 시리즈 연출에 나선 박 감독은 주연 배우들까지 신인 위주로 구성했다. 작품은 글로벌 쇼 부문 톱10에 5주간 이름을 올렸고, 전소영은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박윤서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지난 10년간 한국 콘텐츠 산업에 남긴 변화는 단순히 해외 진출의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와 창작자가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80여 개 제작사와 협업해 20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제작하거나 공동제작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회를 일회성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로 연결하는 일이다. 스타와 대규모 제작비에 의존하는 기존 공식을 넘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와 창작자를 꾸준히 발굴하는 것이 K콘텐츠의 다음 10년을 이끌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