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레이'의 포스터(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 개봉한 SF 액션 영화 ‘스틸레이’는 25일까지 누적 관객 4354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누적 매출액은 4371만 원이다.
‘스틸레이’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약 6개월 만에 완성한 90분 분량의 장편영화다. 제작비는 10억 원 미만이다. 기존 방식이었다면 상당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SF 장르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흥행 성적표는 초라하다. 매출액 4371만 원에서 부가가치세 10%(약 437만 원)와 영화발전기금 3%(약 131만 원)를 제외하면 약 3803만 원이 남는다. 이를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절반씩 나누면 투자·배급사 몫은 약 19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 제작사에 온전히 돌아가는 금액은 아니다. 제작비를 대폭 줄였더라도 극장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AI 영화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5월 개봉한 ‘아이엠 포포’는 누적 매출액 987만 원(누적 관객 940명)에 그쳤다. ‘한복 입은 남자’ 역시 누적 매출액 574만 원(누적 관객 652명)을 기록했다. 같은 배분 방식을 적용하면 투자·배급사에 돌아가는 금액은 각각 약 430만 원, 250만 원 수준이다.
이 같은 성적은 제작비 절감이 곧 흥행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화계 관계자는 “AI는 배경과 시각효과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줄일 수 있지만, 이야기의 완성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제작비와 별개로 극장 개봉에 필요한 마케팅·배급 비용도 여전히 부담”이라고 말했다.
중국 AI 장편영화 '싼싱두이: 미래와 과거'의 한 장면.(사진=보나영업그룹)
해외 극장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 AI 장편영화 ‘싼싱두이: 미래와 과거’는 제작비 1000만 위안(약 20억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흥행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중국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지난 23일 개봉한 이 작품의 누적 매출은 26일 낮 12시 기준 119만 2000위안(약 2억 4000만 원)에 그쳤다. 특히 24~25일에는 상영 회차당 평균 관객이 2명에 불과했다.
흥행 성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AI 영화 제작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25일에는 SF 장편영화 ‘라파엘’이 개봉한다. 단 7명의 제작진이 참여해 미래 도시와 대규모 시각효과를 구현한 작품이다. 기존 제작 방식에서는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필요했던 장면을 소수 인력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2월에는 AI 아이돌을 소재로 한 버추얼 스릴러 ‘젠플루언서’가 관객과 만난다. 올해 칸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된 작품으로, AI 기술을 영상 제작뿐 아니라 가상 아티스트와 지식재산권(IP)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처럼 AI는 제작비 부담이 큰 SF·판타지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신진 창작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만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극장에서는 AI 기술의 활용 여부보다 관객이 티켓값을 지불할 만한 작품의 매력이 흥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 AI 영화가 넘어야 할 문턱은 제작 기술이 아닌 시장성이다.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별개의 과제”라며 “AI가 영화 제작의 공식을 바꾸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흥행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